포스코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저탄소 생산체제로 전환하고 나섰다. 호주에서 저탄소 철강 원료를 확보하고, 전기로를 신설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전기로는 고로(용광로)보다 탄소 배출량이 4분의 1가량 적다.
포스코는 우선 호주에서 저탄소 철강 원료인 HBI(Hot Briquetted Iron)를 생산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HBI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한 직접환원철(DRI·Direct Reduced Iron)을 조개탄 모양으로 성형한 제품이다. 전기로에서 고급강을 생산하기 위한 필수 원료로 꼽힌다.
포스코는 서호주 HBI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서호주 주(州) 정부에 부다리(Boodarie) 전략산업단지 부지 임대를 신청해 지난해 말 승인받았다. 포스코는 부지를 확보한 만큼 본격적으로 HBI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1월 마크 맥고완(Mark McGowan) 서호주 수상이 첫 기업일정으로 포스코를 찾아 최정우 포스코그룹회장과 미래 신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김용수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이 지난달 사흘간 서호주를 방문해 주정부 관계자들과 후속 실무 면담을 진행하고, 부지 현장을 점검했다.
포스코는 또 약 6000억원을 투자해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톤(t)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하기로 했다. 2024년 1월 착공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상용화하기 전까지 고로 공정을 전기로로 대체해 탄소를 감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전기로에서 생산한 쇳물(용강)을 직접 활용하거나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용선)과 혼합하는 합탕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합탕 배합비를 조정하면 다양한 등급의 저탄소 제품을 생산해 고객사별 요구 수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포스코는 특히 기존 전기로에 철스크랩(고철)만으로 생산하기 어려웠던 고급강 제품도 합탕 기술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전기로 조업 중 발생하는 배가스를 활용해 스크랩을 예열·장입해 에너지 효율도 높일 계획이다.
포스코는 2020년 고로 생산체제 기반의 아시아 철강사 가운데 처음으로 탄소중립 계획을 공식 발표한 뒤 수소환원제철 생산 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 고유의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 ‘HyREX(Hydrogen Reduction)’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을 연구 중이다. 지난해 수소환원제철 시험 설비(데모플랜트) 설계에 착수했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이행 과제들을 실천해나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린 스틸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활용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세부 과제들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저탄소 생산체제로의 신속한 전환을 바탕으로 지속가능경영 기반을 공고히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