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352820)카카오(035720)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인수전을 둘러싸고 SM 안에서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PD)에 등을 돌린 SM 경영진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에 따라 이 전 PD에 지원하던 자사 직원에게 대기발령을 내리고 사직을 종용한 데 이어 경영진 공동입장문 서명에 동의하지 않은 센터장을 해임했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1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 이수만 업무지원 직원은 대기발령·권고사직

SM 프로듀싱 커뮤니케이션 유닛에서 이 전 PD의 업무지원을 담당하던 권영민 책임은 지난달 13일부로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다. SM은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계약을 맺으면서 업무지원의 일환으로 일부 비서 인력과 SM 사옥 내 집무실을 이 전 PD에게 제공해왔다. 권 책임은 2017년 SM에 총무직으로 입사해 이 전 PD의 업무를 지원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SM 이사회는 라이크기획 계약 조기 종료를 결정했고, 이 전 PD 업무지원 계약도 끝났다. 권 책임은 “회사에서는 오히려 ‘선생님 잘 모시라’며 1월 초에 미국에서 열린 ‘CES 2023′ 행사에 함께 동행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권영민 책임. SM은 라이크기획 프로듀싱 계약에 따라 비서인력과 집무실을 이 전 PD에게 지원해왔는데 권 책임은 2017년부터 6년간 이 전 PD의 비서 일을 하다 최근 대기발령을 받았다. /이은영 기자

비서실 직원들이 사내에서 배제되기 시작한 건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을 잡은 지난 1월. 연봉 인상, 성과급 지급 등 사내 의사소통이 가로막혔고 이 전 PD의 집무실이 있던 19층을 비롯해, 로비와 공용회의실을 제외한 모든 사무실 출입이 막혔다. 지난해 업무에 대한 인사평가도 내려지지 않았고 연봉 인상폭은 동료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모든 임직원에게 수천만원씩 지급된 성과급도 이들에게는 신입사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 지급됐다.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또다른 비서실 직원 A씨는 “그동안 담당 임원이 퇴사했다고 해서 비서가 대기발령된 적은 없었다”며 “다른 임원을 맡을지 현업 부서를 갈지 선택지를 줬다고 하는데, 아무런 배경 설명 없이 대기발령을 내는 것은 명백한 부당행위”라고 말했다. 권씨와 A씨는 이날 오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 구제 신청을 냈다.

권고사직 사례도 나왔다. SM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과 함께 비서실에서 일하던 B씨는 경영진으로부터 직접 ‘이 전 PD와 관계를 끊고 회사에 남거나 회사를 나가라’는 제안을 받았다. 경영진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B씨는 지난달 중순 SM을 나왔다. 경영진은 B씨에게 이 전 PD와의 관계를 거론하면서 “이수만 선생님을 살리기 위한 일이다”, “하나님의 계시를 들었다”, “순교를 하겠다”며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성수 공동대표(왼쪽)와 탁영준 공동대표가 지난달 3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멀티 프로듀싱 방안을 밝히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하이브 M&A 반대” 공동입장문 반대하자 직위 해임

경영진의 뜻에 반기를 들었던 센터장도 직위가 해임됐다. SM은 지난달 10일 하이브의 인수합병(M&A) 시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경영진(센터장 이상 상위직책자) 입장문을 냈다. 여러 SM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성수·탁영준 대표는 입장문 배포 하루 전 오후 7시에 이같은 내용을 센터장들에게 공유하며 자정 전까지 동의 서명을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SM 관계자는 “센터장들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언론 보도 이외에는 소식을 공유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회의를 소집해 ‘내일 입장문을 내야 하니 서명하라’는 요구를 들었다고 한다”며 “기권 없이 ‘찬성’, ‘반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어 압박에 못 이겨 입장문에 찬성한 센터장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26명의 센터장 가운데 C씨는 홀로 반대 뜻을 냈고, 그는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두 번째 경영진 입장문에 대한 동의 서명을 받던 날 오전 해임됐다. 앞서 경영진과 얼라인, 카카오(035720)를 비판한 조병규 전 사내변호사(부사장) 역시 ‘3월 1일부로 재계약을 않겠으니 자택에서 대기하라’는 통보를 지난달 받은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대기발령을 하고 사직을 종용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로서 노동위원회나 법원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이와 관련해 SM에 입장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