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000120)이 지난 6일 ‘통합 배송 서비스’인 ‘오네(O-NE)’를 선보이며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물류 시장에서 존재감 회복에 나섰다. 올해 이커머스 시장과 택배 산업 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체배송을 늘리고 있는 쿠팡과의 물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오네는 CJ대한통운의 택배 서비스와 다양한 도착보장 서비스를 아우르는 브랜드다. 오늘 주문하면 다음날 반드시 도착하는 ‘내일 꼭! 오네’, 다음날 오전 7시 전 새벽에 받는 ‘새벽에 오네’, 주문 당일에 받는 ‘오늘 오네’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CJ대한통운은 구매자가 일요일에도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일요일 오네’도 올해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당일·새벽 배송 서비스’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4월부터 e-풀필먼트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 판매자들에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풀필먼트 서비스란 물류 업체가 판매처의 위탁을 받아 배송과 보관, 포장, 배송, 재고관리, 교환·환불 서비스 등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를 말한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네이버(NAVER(035420))와 3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2021년 네이버의 풀필먼트 플랫폼인 ‘NFA’에 참여하며 이커머스 물동량이 2873만 상자에서 5451만 상자로 두 배가량 뛰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배송 주체라는 점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리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여성 패션몰 ‘지그재그’는 CJ대한통운의 e-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현재 지그재그에서 입점 브랜드의 자체 제작 상품인 ‘제트온리’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받아볼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상품을 받는 소비자에게 CJ대한통운의 e-풀필먼트 서비스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직접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오네’를 론칭하며 CJ대한통운의 배송 메시지에도 쿠팡의 ‘로켓배송’과 비슷하게 ‘오네’가 포함되는 등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CJ대한통운의 이 같은 행보는 자체배송 쿠팡로지스틱스를 활성화하고 있는 쿠팡에 대응해 이커머스 물류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은 602조원 규모다. 이 중 쿠팡은 아직 4.4%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지난해 3~4분기에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연간 최대 매출 실적을 올리며 국내 물류·유통 업체들을 따라잡고 있다.
올해 이커머스 시장과 택배업계 성장률은 코로나19 기간 호황기 대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64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9년 1분기(79)와 코로나19 여파로 바닥을 쳤던 2020년 2분기(66)보다 낮은 수준이다.
택배 물량 역시 줄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지난해 4분기 택배 물량은 4억2600만 박스로, 2021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조234억원과 1123억원으로, 매출액은 1.1%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2.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