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352820)카카오(035720)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지분 인수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번지면서 위법 논란도 커지고 있다. 위법 여부에 대한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경영권 분쟁 향방의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PD)가 제기한 SM 신주·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었다. 이 전 PD 측은 SM 경영진이 카카오를 상대로 주당 9만원에 신주와 CB를 발행하기로 한 것은 SM 정관이 규정하고 있는 ‘긴급한 자금 조달 및 사업 확장’ 등 경영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 오히려 경영권 분쟁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전 PD 측의 주장을 인정해 신주와 CB 발행을 금지시켰고, 카카오의 지분 취득은 무산됐다.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제공

최근엔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일까지 발행 주식의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줄곧 10만원을 밑돌던 SM 주가는 공개매수 소식이 알려지자 11만원대로 올랐고 공개매수 기간에 13만원을 돌파하면서 하이브는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SM 공시에 따르면 이 기간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총 4차례에 걸쳐 12만원 이상에 SM 주식 116만7400주를 장내매수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이를 위해 1400억원을 넘게 들였고 SM 지분 4.91%를 확보했다. 공개매수 마감 전날인 2월 28일에는 총 105만4341주를 사들여, 같은 날 발생한 기타법인 매수 물량(108만7801주)의 97%를 차지했다. 이날 주가는 하루 만에 12만300원에서 12만7600원까지 6%가량 뛰었다.

한 기타법인은 지난달 16일 IBK투자증권 분당지점에서 SM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기도 했다. 하이브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제기하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매수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위법이 확인되면 법과 제도상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권한을 사용해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기타법인에 이어 SM도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됐다. SM은 지난달 22~23일 자사주를 각각 2만5000주, 3만1194주 매입했다. 종가 기준 60억원 이상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같은 달 27일 SM 이사회는 635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의했다. 이 기간은 역시 하이브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던 때로 주가는 줄곧 12만원을 웃돌았다. 하이브는 SM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보통 자사주는 성장이 더딘 기업이 주가를 띄우기 위해 매입하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뉴스1

하이브는 이같은 자사주 매입은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SM이 이미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주가가 낮을 때는 매입하지 않다가 하이브가 공개매수 방침을 밝히자 비싼 값에 사들여 회사에 비용 부담을 늘렸다는 것이다. 이 비용 부담이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현재 경영진의 경영권 확보 등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SM은 자사주 매입은 당초 라이크기획을 통해 이수만 전 PD에게 사후정산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프로듀싱 인세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쓰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SM은 하이브가 인수하면 K팝 산업 독과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K팝 시장 양강인 하이브와 SM은 전체 시장 매출의 6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이브와 SM의 음반·음원 수익은 K팝 산업 전체의 70%, 공연수익은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하이브는 공개매수 이후 SM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게 돼 공정위로부터 30일 안에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카카오도 공개매수 후 SM 지분 15% 이상을 갖게 되면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이후 시장점유율 변화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이익 침해 가능성, 합병 후 사업효과 등을 고려해 독과점 여부를 판단한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허가하지 않으면 하이브와 카카오는 취득했던 SM 주식을 다시 매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