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FA-50을 구매한 말레이시아가 LIG넥스원(079550)의 천궁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대공 미사일(공중에 있는 목표를 공격하기 위해 땅에서 발사하는 미사일)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르웨이의 나삼스(NASAMS)와 한국의 천궁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천궁은 납기가 빠르고 수출국 현지 조건에 맞춰 개량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현지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시큐리티아시아(DEFENCE SECURITY ASIA)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방공 역량을 보강하기 위해 LIG넥스원의 천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매체는 천궁에 대해 “한국군이 사용하고 있는 중거리 방공체계”라면서 “아랍에미리트(UAE)에도 35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수출 이력이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와도 막바지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천궁2 지대공 요격 미사일/LIG넥스원 제공

말레이시아 공군은 현재 신형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스가르 칸(Asghar Khan Goriman Khan) 말레이시아 공군 사령관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재무부의 최종 승인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말레이 공군은 1차 사업으로 1개 포대 규모의 방공체계를 도입하고, 2차 사업에서는 4개 포대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천궁은 공군의 기존 방공유도무기인 호크(HAWK)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로, 지난 2011년 국내개발에 성공했다. 개량형인 천궁2의 제원은 길이 4.61m에 중량 400㎏, 직경 27.5㎝로 최대 사정거리는 40~50㎞, 유효 고도는 15~20㎞로 알려져 있다.

천궁은 발사대 하나당 8발의 요격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고, 발사관에서 가스 압력을 이용해 미사일을 수직으로 10m 이상 발사한 뒤 공중 점화하는 ’콜드 런치(Cold Launch)’ 방식이 적용돼 360도 모든 방향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은 “콜드 런치 방식을 적용하면 발사원점을 은폐하는 데 유리하면서도 정확도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천궁의 경쟁 상대인 나삼스(NASAMS·Norwegian Advanced Surface-to-Air Missile System)는 노르웨이 방산업체 콩스버그와 미국 레이시언이 공동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 체계로, 레이시언사가 1991년 개발한 공대공미사일 암람(AMRAAM)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여러 차례 개량을 거치며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6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세계 11개 국가가 나삼스를 운용하고 있어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삼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나삼스를 구매해도 도입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는 점은 LIG넥스원에 긍정적이다. 나삼스는 미국과 캐나다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이기도 한데, 업계에 따르면 나삼스는 주문부터 초기 인도까지 최소 3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나삼스를 추가 지원하기 위해 작년 11월 말 12억달러(약 1조5600억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 물량이 미 육군에 모두 인도되는 시점은 3년 뒤인 2025년 11월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 콩스버그 디펜스와 미국 레이시온이 공동 개발한 지대공 방공체계 나삼스(NASAMS)./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비교적 빠른 납기가 가능한 천궁이 나삼스의 대체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 시기 등 정확한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UAE가 천궁2를 도입한 이유도 비교적 이른 시일 내 도입이 가능한 게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UAE는 작년 1월 35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천궁을 도입했고 해당 사업에서 LIG넥스원, 한화시스템(272210),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당시 한화디펜스)가 각각 2조6000억원, 1조3000억원, 4000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수출국의 현지 상황에 맞춰 개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지난해 UAE에 수출된 천궁2의 경우 중동 현지 환경에 맞춰 개량된 버전”이라며 “수출 상대국의 조건과 현지 상황에 맞춰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유지·보수와 관련한 사항도 철저히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FA-50 경공격기 수주를 바탕으로 말레이시아와의 방산 협력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말레이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KAI와 9억2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FA-50 18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차 사업으로 전투기 18대 추가 도입도 계획하고 있어 계약 물량이 최대 36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방산 수출 관련 사안을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