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지방공항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항공사들은 코로나19 기간 늘렸던 국내선을 철수하고 국제선 증편에 집중하고 있다. 지방공항은 대부분 국내선 위주이고, 국제선은 부정기편이 많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중국 노선이 정상화되면 지방 공항을 찾는 발걸음이 늘 것으로 기대하지만, 항공업계는 당장 수요가 많은 인천공항부터 증편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항공기가 제한된 상황에서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 국내선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공항 이용객들이 중국항공편 탑승 수속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뉴스1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최근 잇따라 김해~제주 노선을 폐지하는 등 코로나19 기간 증편했던 지방공항발 국내노선을 줄이고 인천발 국제선 노선에 항공기를 투입하고 있다. 업계는 3월부터 시작되는 하계 시즌에 맞춰 일본, 동남아 노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089590)은 최근 제주 기점 국내선 항공편 운항 중단을 오는 10월까지로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0월 매일 한차례 운항하던 제주~여수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같은 해 12월에는 매일 두 차례 뜨고 내린 제주~군산 노선도 철수했다. 제주항공은 대신 일본, 동남아 노선을 증편하며 작년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어서울 역시 김해~제주행 노선에 대한 폐지신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고 항공기를 인천~일본에 투입할 예정이다. 당초 에어서울은 코로나19 전에는 김해~제주행 노선을 운영하지 않았으나 국제선이 축소되며 지방공항에도 항공편을 투입했다. 에어서울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해당 노선을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티웨이항공(091810) 역시 김해~제주 노선을 폐지할 예정이며, 앞서 김해~양양 항공편 폐지신고서도 접수한 바 있다.

항공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국토교통부는 항공사들이 임의로 슬롯(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 등을 조정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 국토부는 지자체 건의가 이어지자 지역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여수~김포행 아침 항공편을 추가했다. 최근 제주도는 제주행 공급 좌석 부족으로 항공권 가격이 크게 오르자 항공업계의 과도한 국제선 증편을 막아 달라는 민원을 정부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한국공항공사 등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협정에 따라 항공사들이 주 608회까지 중국노선을 늘릴 수 있게 되면 중국 여객이 지방공항을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항공사들은 우선 여객 수요가 많은 인천 노선을 중심으로 중국노선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한항공(003490)은 3년간 운항을 중단한 인천~베이징 노선부터 운항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은 부산∼옌지 노선의 운항을 지난 1일 재개했지만 주 3회 수준이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지방공항발 중국행에 취항하는 저비용항공사(LCC)에 인센티브를 제안하며 노선 유치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현재 폭발하는 인천·김포발 국제선 수요도 맞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와 정부가 지방공항의 여객 수요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항공사들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선 수요가 높을 때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인천이나 김포에 여객이 몰리다 보니 지방공항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