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점점 심해지고 있는 고령인구 증가, 노동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할 방법으로 근로자에게 ‘인공 근육’이 되어 주는 웨어러블 로봇 ‘머슬슈트’를 개발했다. 노동인구 수를 늘리는 데엔 한계가 있으니, 적은 인력으로도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게 효율을 올리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산업 구조가 비슷하고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 한다.”

이노피스(Innophys)는 일본 도쿄이과대에서 출발한 10년차 스타트업이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중 하나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일본 내 머슬슈트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로 알려졌다.

최근 도쿄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포럼 ‘시티테크(City-Tech) 도쿄 2023′에서 만난 요다 마사루(依田 大) 전무는 “8개 나라에 수출 중인데, 주력 제품인 ‘에브리(Every)’의 경우 누적으로 2만5000대가 팔리며 세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일본 '시티테크 도쿄 2023'에서 만난 이노피스의 요다 마사루(依田 大) 전무. 이노피스가 개발한 머슬슈트는 세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도쿄(일본)=이은영 기자

이노피스에 따르면 6세대 범용 모델인 에브리의 최대 보조력은 25.5킬로그램힘(kgf)이다. 에브리를 착용하면 착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최대 25.5㎏가량을 더 들 수 있다는 말이다. 장비 무게는 3.8킬로그램(㎏)이다. 물과 먼지에 강하며 전기가 쓰이지 않는다. 최대 100만번까지 이용할 수 있어 3~4년가량 쓸 수 있다. 이 밖에도 천가방만큼 가벼운 모델부터 팔 전용, 등·팔 복합 등 신체 활동을 돕는 다양한 제품군이 있다.

요다 마사루(依田 大) 전무가 '에브리'를 착용해 보이고 있다. 장치 왼편에 달린 펌프로 공기를 주입하면 허벅지와 등에 당기는 듯한 압력이 가해져 신체노동 시 부하를 줄여준다. /도쿄(일본)=이은영 기자

이노피스가 개발한 머슬슈트는 가방처럼 뒤로 멘 뒤 허리 밴드와 허벅지 받침대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착용한다. 등에는 시옷(ㅅ)자 모양으로 고무튜브 소재의 인공근육 프레임이 장착돼 허리를 받치고 있는데, 이 고무튜브에 공기를 주입하면 튜브가 팽창하면서 길이가 짧아져 당기는 힘이 생기는 원리다.

에브리를 착용한 뒤 공기를 주입하자 뒷덜미를 끌어올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물건을 들어 올리듯이 다리와 허리를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반복해보니 신체 부담이 평소보다 덜했다. 다만 선 채로 반복 작업을 하는 용도로 개발됐기 때문에 허벅지 받침대의 당기는 힘이 느껴져 걷는 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버튼을 눌러 주입한 공기를 조금 빼내자 장치가 헐거워지면서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

이노피스의 에브리 착용 여부에 따라 요추에 가해지는 압박 정도가 달라지는 모습. /이노피스 제공

이노피스의 영업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는 요다 전무는 머슬슈트 개발 배경으로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를 꼽았다. 요다 전무는 “노동인구가 줄어 산업현장에서 사람을 뽑기 어려운데, 이를 극복하려면 업무 효율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특히 돌봄 서비스 같은 경우 아직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들이 많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모시는 요양보호사의 경우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머슬슈트가 신체 부하를 낮춰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머슬슈트가 쓰이는 사례를 보면 공장이 40%, 돌봄과 농업이 각각 25%가량, 나머지는 물류 관련”이라며 “어떻게 활용할지는 사용자에게 달렸다. 이 밖에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다 전무는 이노피스 머슬슈트의 경쟁력으로 전기 없이 사용이 가능해 가볍고 가격이 합리적인 점을 꼽았다. 그는 “로봇이라고 하면 보통 배터리가 장착돼 전기로 움직이는 것을 생각하지만 이노피스의 머슬슈트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타사 대비 무게가 가볍고, 가격은 최대 3분의 1만큼 저렴하다. 에브리의 경우 15만엔(약 150만원) 이하에 가격대가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에브리 프레임 안에 장착된 고무튜브. 공기를 주입하면 이 튜브가 부풀어오르면서 길이가 짧아져 등이 당겨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도쿄(일본)=이은영 기자

그는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제조 방식과 원자재 변경을 꼽았다. 기존에는 우선 주문을 받은 뒤 수량만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었으나 예상 수량만큼 일괄 주문한 뒤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또 인공근육 프레임을 알루미늄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꿔 무게를 줄이면서 원자재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

한국에 4개의 판매 채널을 확보한 이노피스는 올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요다 전무는 “한국은 일본처럼 고령화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라며 “한국 기업에서 판매 문의 등 연락이 오는 것을 보고 수요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산업 구조도 일본과 유사해 물류센터나 공장, 농업 현장을 대상으로 한 B2B(기업간거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돌봄시장의 경우 한국은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맡기기보다는 직접 돌보려는 경향이 일본보다 강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렌털 사업도 고려 중이다. 다만 머슬슈트라는 제품 자체가 낯선 물건이다 보니, 인지도를 늘리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이노피스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자 그는 “일본을 넘어 세계의 고령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