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해 오던 ‘송도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사업’이 청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신재생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이 우후죽순 추진됐지만, 인근 주민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사업이 좌초됐거나 멈춰있는 상태다.

2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미래엔인천에너지는 송도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사업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가스공사, 한수원 등이 참여하는 이번 사업은 인천 LNG(액화천연가스)기지 내 2만1818㎡(약 6600평) 부지에 국내 최대 규모인 100㎿(메가와트)급 수소 연료전지발전소를 짓는 내용이다.

인천 송도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조감도. /송도그린에너지

발전 사업을 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전기 사업 허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송도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사업은 2021년 신청서를 제출한 뒤 1년 가까이 전기위원회 안건에 오르지 못했고 지난해 12월 열린 마지막 전기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하고 ‘보류’ 결정이 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주민 반발과 지자체에서 반대 공문을 보내는 등 주민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보류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을 위해 가스공사와 한수원, 미래엔인천에너지는 2018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송도그린에너지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신설했다. 사업비는 총 6000억원이다. 사업비의 90%는 외부에서 조달하고 10%는 가스공사와 한수원이 각각 240억원씩, 미래엔인천에너지가 12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연료공급을 맡고, 한수원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수급, 미래엔인천에너지는 여기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활용해 인근 주민들에게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당초 송도그린에너지는 지난해 전기사업 허가를 받은 뒤 올해 공사를 시작해 2025년에 발전소를 가동하려고 했다. 하지만 주민 반발로 사업 일정이 장기간 지연되고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폐기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위원회의 전기 사업 허가를 받아야만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며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청산을 결정하게 됐고, 아직 출자금이 입금된 상황은 없고 연구용역과 행정비 등 수억원 정도의 예산만 집행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도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청산 계획 문서 /박성우 기자

문재인 정부는 일방적으로 부지를 송도 LNG 기지 내로 정해 주민들과 갈등을 키웠다. 부지를 LNG 기지로 정한 것은 수소를 추출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수송배관만 설치하면 물류 등 유통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LNG와 발전소 시설이 한 곳에 있으면 자칫 화재나 폭발 등 대형 사고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송도 LNG 기지와 인근 아파트와의 거리는 3㎞에 불과하다. 앞서 연수구는 송도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 찬반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지역 수용성이 극히 낮다고 판단해 산업부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외 수소 인프라 사업도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LS일렉트릭(LS ELECTRIC(010120)), 삼천리(004690) 등이 참여해 인천 서구에 19.8㎿급 수소 연료전지발전소를 구축하려는 남동하이드로젠밸리 사업도 주민 반발로 산업부 전기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밖에 부산화전 LS 그린에너지, 부산 지오연료전지, 경북도청 신도시 수소융복합, 천안 용원리 마을형 연료전지, 중부고속도로 서청주IC 연료전지, 대불 제이씨 등도 보류 판정을 받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 보고’를 발표했던 현대모비스(012330)의 수소연료전지공장은 착공 17개월이 지났지만, 현재 공사 건설이 중단됐다. 당시 착공식에 참석했던 문 전 대통령은 “그레이수소(화석 연료로 생산하는 수소) 공급 구조를 2050년까지 100% 청정수소로 전환해 전국 곳곳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빈틈없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전국 10여곳에 수소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을 계획했지만 대부분 주민 반발로 사업이 지연·중단된 상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수소 경제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속도가 문제였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전 정부가 급진적으로 탈원전 및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합의없이 밀어 붙여 반발을 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