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키우는 고려아연(010130)이 연간 최대 12만톤(t)의 전지박(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 설비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의 1차 증설 목표 3만t의 4배, 2차 증설 목표 6만t의 2배에 달한다.

1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동박을 연간 12만t 생산할 수 있는 티타늄 드럼을 확보했다. 티타늄 드럼은 제박 공정의 핵심 설비로 동박의 폭과 길이 등을 결정한다. 제박 공정은 티타늄 드럼 밑단에 전해액을 넣고, 전기분해 원리를 활용해 회전하는 티타늄 드럼 표면을 구리로 얇게 코팅하는 과정이다. 제박 공정을 거치면 우리가 흔히 아는 동박의 모습이 된다. 티타늄 드럼은 주문 생산 방식이어서 동박 제조사들은 생산능력을 늘리기 전에 티타늄 드럼부터 확보한다.

고려아연의 동박 제조 자회사 케이잼(KZAM)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의 동박 제조 자회사 케이잼(KZAM)은 지난해 전해동박 공장을 완공해 연간 1만3000t 규모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추가로 7356억원을 투자해 올해 1분기부터 1차 증설을 진행해 연산 3만t 체제를 갖추고, 2027년까지 2차 증설을 마무리해 연산 6만t 체제까지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티타늄 드럼 확보로 증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열렸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시장에 동박 생산기지를 세우는 방안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박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음극재의 집전제로 쓰인다. 이차전지 공급 확대에 따라 동박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제조사 모두 몸집을 키우고 있다. SKC(011790)의 동박 제조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말레이시아에 연산 5만t 규모의 동박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또 2024년에 연산 5만t 규모의 폴란드에 동박 공장도 준공한다. SKC는 연간 5만2000t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전북 정읍공장을 포함해 2025년까지 연산 25만t 생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011170)이 인수하는 일진머티리얼즈는 현재 국내와 말레이시아에서 연간 최대 6만t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22만5000t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솔루스첨단소재(336370)도 2026년까지 유럽과 캐나다에 각각 연간 10만t, 1만7000t의 동박 생산 공장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고려아연 역시 규모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증산 속도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한 축으로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투자금으로 지난해보다 1.5배 많은 3620억원을 책정했는데, 동박 생산공장 증설 등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핵심이다. 고려아연의 황산니켈 자회사 켐코는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지난해 LG화학(051910)과 전구체 합작법인 ‘한국전구체’를 설립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트라피구라(Trafigura)와 손잡고 니켈 제련 사업도 추진한다. 또 지난해 미국 폐전기 재활용 업체인 이그니오 지분을 전량 인수한 데 이어 올해 폐배터리 재활용(리사이클링)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