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율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공정·설비와 운영 측면의 수율 향상 과제를 도출해 추진 중이다. 수율이 안정화된 법인의 생산성 제고 과정을 헝가리·미국 등 신규 지역에 적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SK이노베이션(096770) 실적발표 이후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말했다. 업계에서 SK온의 흑자전환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수율 문제가 꼽히고 있는 만큼, SK온이 올해 수율 개선에 전사적 역량을 쏟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율은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때 결함 없는 합격품이 생산되는 비율을 뜻한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완성품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만 판매한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불량품의 경우 특정 부분만의 문제라면 해당 부분을 수정해 재검사하고, 부분 수정이 어려운 경우 분해해 원재료를 추출한 뒤 재사용한다. 이런 과정들은 추가 생산 비용을 발생시켜 수익성을 악화한다. 업계는 일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선 90% 이상의 수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SK온의 경우 지난해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 미국 1공장과 헝가리 2공장 등에서 아직 수율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이들 신규 공장의 수율은 70%대였으나, 최근에는 80% 전후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공장의 수율은 90~9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SK온의 수율 문제는 업계 후발 주자로서 겪어야 할 성장통과도 같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역시 처음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을 당시에는 50%대의 낮은 수율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업체는 꾸준히 업력을 쌓아오며 수율을 높여 왔고, 이 과정에서 생긴 노하우를 신규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수율 정상화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통상 업계는 신규 배터리 공장의 수율 안정화에 필요한 기간을 3년 이상으로 보는데,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이 기간을 1~2년 정도로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생산의 경우 작업자의 경험, 주변의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율이 안정화된 공장의 장비와 공정 등을 해외 신규 공장에 그대로 적용한다고 해서 동일한 수율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수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공장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은 직원들을 해외에 파견하고, 또 기존 공장에서 얻은 노하우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SK온은 수율 문제 해결을 위해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위를 신설하고 진교원 SK하이닉스(000660) 전 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당시 SK온은 “진 COO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개발, 양산, 품질 등 반도체 생산 전반을 책임져온 경험이 있다”며 “수율을 높여 생산, 공급을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 변화에 따른 고객들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진 COO는 SK하이닉스에서 낸드(NAND) 개발부문장과 품질보증본부장, D램(DRAM) 개발사업담당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사장으로 승진한 뒤 작년 말까지 개발제조총괄을 맡았다.
SK온이 업계 후발주자임에도 비교적 빠르게 수율을 안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18년 가동을 시작한 국내 서산 공장 등의 경우 이미 수율 안정화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고, 가동 시작 1년 전후의 해외 신규 공장들 역시 최근 수율이 80% 전후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경쟁사들의 초기 모습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라는 해석이다.
업계는 SK온이 올해 안에 해외 신규 공장의 수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SK온은 올해 수율을 더욱 빠르게 끌어올려 내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훈 SK온 CFO는 지난 7일 컨퍼런스콜에서 “이미 수율이 안정화된 공장에서도 추가적인 수율 개선을 위한 과제를 지속 발굴해 다른 곳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수율 정상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