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뜻하는 일본어 단어인 ‘망가’는 전 세계 만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는 단어다. 세계 최고 만화 강국 일본이 ‘망가’라는 말을 자국의 다른 여러 문화 컨텐츠들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다. 한국의 ‘웹툰’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최첨단 IT 기술, 편리함,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유행 트렌드 등을 바탕으로 탄생한 모바일 만화인 웹툰은 최근 5~6년간 전 세계에 온라인 만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또다른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웹툰은 어떻게 해외에 뻗어나갔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 자리매김했을까. 이코노미조선이 이를 집중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2022년 여름 일본 롯폰기힐스의 한 건물 안에드라마 ‘롯폰기 클라쓰’ 광고가 걸려 있다. /나리카와 아야

“한국식 웹툰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 있어 작품에 팬들이 응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소셜미디어(SNS)를 많이 하는 일본의 젊은 세대 취향에도 제격인 콘텐츠다.”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인 나리카와 아야 문화평론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한국식 웹툰 인기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흑백이 주를 이루는 일본 망가(만화)와 달리 컬러감이 있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세로 스크롤 형태라서 일본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에게는 특정인들 사이의 단편적 유행이 아닌, 대중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으로 한류(韓流) 영화와 드라마를 주로 연구한다는 그는 “일본 민족 특성상 소장 욕구 등의 이유에서 아직은 인쇄물 형태의 전통 만화 시장 규모가 더욱 크지만, 스마트폰으로 보기 편하게 해야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문화평론가. 현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 전 일본 아사히신문기자, ‘어디에 있든 나는 나답게’ 저자

‘만화 강국’ 일본에서도 K웹툰 인기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실제 체감은 어느 정도인가.

”일본에서 한국 웹툰에 대한 인기가 상당하다. 한국 발음 그대로 ‘ウェブトゥーン(웨부투-운)’이 라고 하는데, 젊은층에서는 특정 층의 인기가 아닌, 대중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했다고 본다. 실제로 주변의 일본 10대 친구 다수에게 물어봤는데 본인뿐 아니라 주변 친구 모두 웹툰을 본다고 답했다. 물론 MZ 세대보다 위 세대는 종이책으로 된 만화에 익숙했던 세대라 웹툰을 많이 접하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젊은층이라면 웹툰에 대한 접근도가 상당히 높아진 게 사실이다.”

웹툰의 어떤 부분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여겨지나.

”흑백이 주를 이루는 일본 만화와는 달리 컬러감이 있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세로 스크롤 형태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특히 한국식 웹툰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 있어 작품에 팬들이 응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SNS를 많이 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에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는 웹툰이 있다면.

”1982년 생인 내 경우는 리메이크된 드라마를 본 뒤, 원작이 궁금해서 웹툰을 찾아본 경우가 있다. 한국의 ‘미생’ ‘내 ID는 강남미인!’ ‘나빌레라’ ‘지옥’ 등을 인상 깊게 봤는데, 이 중에서도 ‘내 ID는 강남미인!’은 일본 대학생들(20대 초반) 사이에서도 인기가 꽤 많았다. 외모에 관한 주제는 국적 불문하고 젊은층에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여신강림’ ‘외모지상주의’도 인기를 얻었다.

그 외 작품 중에서는 젊은이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내용도 공감을 얻었다. 여기에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 세대가 비슷하게 공감하는 포인트가 있다고 본다. 한국 웹툰 ‘이태원 클라쓰’ 같은 경우에는 일본에 들어올 때 ‘롯폰기 클라쓰’로 리메이크됐다. ‘롯폰기 클라쓰’는 등장인물 이름도 일본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일본 콘텐츠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원작이 한국 웹툰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만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콘텐츠의 한 형태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만화 시장 규모는 여전히 압도적으로 큰데.

”일본은 한국에 비하면 지금도 종이책 형태의 만화를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순히 종이로 콘텐츠를 읽고 싶다기보다는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소장 욕구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은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고, 지금도 일본 서점에 가면 만화 코너가 제일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하면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든 온라인 콘텐츠를 보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 일본의 전자코믹(전자만화)의 경우는 흑백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식 웹툰은 대부분 컬러이며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최적화됐다는 강점 때문에 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웹툰 인기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2022년 7월 카카오웹툰의 ‘이태원 클라쓰’에 이어 올해 1월에는 네이버웹툰의 ‘바른연애 길잡이’가 일본에서 드라마로 재탄생됐다. 실제 분위기는.

”일본에서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많아 원작 웹툰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한국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경우 인기가 상당했지만, 일본 드라마 ‘롯폰기 클라쓰’로 리메이크되면서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바른연애 길잡이’는 비교 대상이 될 한국 드라마 없이 곧바로 일본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또 다른 장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웹툰의 해외 수출을 전망해본다면.

”얼마나 커질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당분간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본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 웹툰처럼 스마트폰으로 보기 편하게 해야 (일본의 만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실제로 변화의 시도도 하고 있다.”

plus point

K웹툰, 만화 강국 日서 호평”한국 웹툰 한 번이라도 접한 독자 50% 주 1회 이상 봐”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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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만화 강국 일본에서 한국식 웹툰을 꾸준히 읽는 독자가 늘고 있다.

일본 소비자 동향 조사 업체인 MMD연구소가 지난 11월 웹툰을 읽은 적이 있는 사용자 1만45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식 웹툰을 한 번이라도 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중 50%는 일주일에 한 편 이상 꾸준히 보고 있었다. 매일 읽는 빈도로는 주 5회 이상(20.1%), 주 2~3회(18.2%), 주 1회(16.9%) 등 순이었다.

기능상 강점으로는 ‘세로 스크롤 형태로 읽기 쉽다’는 응답이 33.7%로 가장 많았으며, ‘컬러감이 풍부하다(25.5%)’ ‘그림체가 예쁘다(21.2%)’순이었다. 사용자 경험상 강점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해 읽기 쉽다(39.1%)’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26.3%)’ ‘출퇴근 시간 등 자투리 시간 활용도가 높다(19.8%)’순이었다.

여러 콘텐츠 중에서도 한국 웹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독자들은 ‘무료로 읽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서(28.5%)’ ‘읽고 싶은 주제가 있어서(27.1%)’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외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17.2%)’ ‘좋은 화질(12.4%)’ ‘쉬운 이용 절차(10.4%)’등의 이유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