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과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의 미국 합작공장 장비 발주에 항커커지 등 중국 업체들이 참여했으나 미중 갈등으로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헝가리, 중국 공장 등에서 SK온과 협업했던 중국 업체들이 이번 발주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공장 건립 비용이 예상보다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포드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는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 공장에 들어갈 장비 공급사를 이달 중 확정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2024년 설비를 가동해 2025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각각 연산 43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연간 고성능 전기차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전극공정 총 발주 예상금액은 1조5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블루오벌SK는 지난해 11월 장비 발주에 들어갔으나, 가격 문제로 유찰이 거듭되면서 공급사 선정이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배터리 전극, 조립 장비 등은 그동안 SK온과 협업했던 국내 업체들이 수주할 전망이다.

미국 켄터키주 블루오벌SK의 배터리 공장인 블루오벌시티 예상 이미지./포드 제공

후공정에서 SK온 헝가리·중국 공장에 납품했던 중국 항커커지는 수주가 불투명하다. 미국의 무역 제재로 중국 업체가 미국 현지 공장에 장비를 납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도 현지 완성차 업체와 합작 공장을 건설하면서 중국 기업은 최대한 배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항커커지의 기술력은 국내 업체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은 국내 장비의 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항커커지 장비를 다수의 공장에서 채택하고 있다. SK온도 헝가리 이반차 공장과 중국 옌청 2공장에 항커커지 장비를 사용했다. 블루오벌SK 공장은 헝가리 이반차 공장 생산라인을 그대로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데, 후공정에서 항커커지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면 그만큼 건설비가 올라간다. 블루오벌SK의 장비 발주 유찰이 이어졌던 것도 국내 협력업체가 제시한 가격과 SK온이 원한 가격 간의 간극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은 지난해 초부터 추진했던 프리IPO(상장 전 자금조달)가 지연되면서 차입금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SK온의 총차입금은 9조9388억원(연결기준)에 달했다. 이중 단기차입금이 4조5000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최근 포드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이 무산 위기에 놓인 것도 SK온의 자금력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SK온 관계자는 “현재 업체 선정 과정으로 중국 업체들도 입찰에 참여한 상황이다. 빠른 시일 내에 품질, 가격 등 측면에서 경쟁력있는 업체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투자 재원 확보는 투자자 유치, 국내외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