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난해 4분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금이 전년 대비 1조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매달 1조원 안팎의 투자가 이어지며 훈풍이 불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하반기부터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연간 투자 규모도 전년 대비 쪼그라든 모습이다.

10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스타트업에 대한 액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탈(VC) 등 기관 투자는 총 768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에 비해 60% 늘었지만 전년 동기(1조335억원)와 비교하면 25%가량 줄어든 수치다.

4분기 투자금은 1조693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180억원) 대비 1조원 넘게 줄었다. 연간 누적 투자금은 2021년 11조7116억원에서 지난해 10조8624억원으로 7%가량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5월을 제외하면 매달 1조원 넘는 투자금이 모였고 전년 대비 최대 5배를 넘기며 신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투자금이 월 3800억원대까지 급감하면서 전체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게 됐다.

그래픽=손민균

스타트업계는 지난해 고금리·고물가 등 글로벌 경제위기가 번져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돈줄이 마르기 시작했다. 유동성 위기로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자 한때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으로 떠오르던 스타트업들의 가치는 우후죽순 떨어졌고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던 스타트업들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물류업계 유망주로 꼽히던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는 채무에 허덕이고 있고, 업계 1위 다중채널네트워크(MCN)인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오늘식탁은 ‘오늘회’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 직원을 권고사직했고, 수백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정육각, 탈잉 등도 인력을 대거 감축했다. 올해 상장 예정이었던 컬리는 기업가치가 4조원에서 8000억원까지 떨어지자 결국 기업공개(IPO)를 포기하기도 했다.

지난 연말 발표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창업자 68.5%는 전년 대비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40.5%는 올해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37%는 더 부정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컬리 물류센터. /컬리 제공

이런 가운데 콘텐츠 분야에서는 투자가 이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콘텐츠 분야에선 104건의 투자가 유치됐고 총 7874억원이 모였다. 하반기에도 9월과 12월을 제외하면 모든 분야 중 콘텐츠 분야 투자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00억원대 이상의 거액 투자도 이어졌다. 콘텐츠 지식재산권(IP)과 금융을 결합한 콘텐츠테크놀로지스가 485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콘텐츠 더빙·자막 플랫폼 아이유노미디어그룹이 30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상현실(VR) 콘텐츠사 어메이즈VR이 243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고 웹콘텐츠 제작사 와이낫미디어가 22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애니펜도 17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완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비전과 가능성만 보고 투자하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지만, 국내 콘텐츠의 위상이 해외에서 커지고 있고 IP(지식재산권)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에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콘텐츠 업계는 산업을 막론하고 매출액이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이같은 경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