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은 채용 공고를 내면 입사 지원이 어느 정도 들어오는데, 생산직은 지원 자체를 안 합니다.”(A 비철금속업체 인사 담당자)

국내 비철금속업체 2곳 가운데 1곳이 생산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생산직에 대한 기피 현상과 지방 인구 감소 등 복합적인 문제여서 개별 업체를 넘어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재료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의 비철산업 채용동향 조사에 따르면 비철금속업체들은 인력 관련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생산인력 확보·충원 어려움(47.6%)’이라고 답했다. 어느 직종의 인력이 부족한지에 대해서는 ‘생산직(한국인)’이라는 답변이 45.3%로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는 국내 비철금속업체 8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됐다.

가열기에서 녹은 알루미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비철금속업체들은 생산직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급여·복리후생 등에 대한 눈높이(3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잦은 퇴사와 상시 채용(22.3%)’, ‘고졸 인력 지원자 부족(15.5%)’ 순이었다. 비철금속업체 인사담당자들은 “요구하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다”, “젊은 사람들의 제조업 기피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기존 인력도 이탈하고 있다. 비철금속업체 중 40%는 1년 전보다 생산직 인력이 줄었다고 답변했다. 사무·기술직(21.3%)이나 연구·개발직(11.3%)과 비교해 2배 이상 많았다. 외국인이 빈자리를 채우는 상황이다. 비철금속업체들은 외국인 생산직 인력을 채용하려는 이유로 ‘한국인 생산직 지원자 부족(42.3%)’, ‘한국인 생산진 인력 퇴사(26.9%)’를 꼽았다.

비철금속업체 가운데 77.5%는 올해도 신규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B 비철금속업체 인사담당자는 “이차전지 산업 확대에 따라 회사가 설비를 증설 중인데 기계를 다룰 생산직 인력이 부족하다”며 “생산직 인력을 우선 채용하고 관리할 사무기술직도 뽑을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그동안 채용 확대에도 부족인원(생산시설 가동을 위해 더 필요한 인원)이 늘었던 점을 고려할 때 구인난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비철금속업계 부족인원은 2021년 상반기 4133명에서 지난해 상반기 7617명으로 증가했다.

재료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비철금속기업의 인력난의 원인이 ▲생산시설 위치한 지방 인구 감소 ▲도시 인프라 부족한 지방 근무 기피 ▲3D업종·사양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 고착 등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을 적용해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고숙련자를 은퇴 후에도 산업현장 멘토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개별 기업이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책과 실행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