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 인력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요 조선소에 일하고 있는 외국인이 6월말 기준 6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조선업계 인력의 약 6%다. 외국인들의 국내 취업비자 정책이 완화되면서 내년에는 외국인 인력이 8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인력은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특별근무가 줄면서 실질임금이 크게 감소하자 유입이 안 되고 있는데, 이 빈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워가는 모습이다.
29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따르면 한국 대형 조선 3사 계열 조선소와 케이조선, 대한조선 등 7개 조선소와 협력사에 취업 중인 외국인은 올해 6월말 기준 6031명이다. 이는 지난해 12월말 4512명에 비해 1519명(33.7%)이 늘어난 규모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중공업(010140) 645명, 현대중공업 2056명, 대우조선해양 611명, 현대삼호중공업 1495명, 현대미포조선 797명, 케이조선 60명, 대한조선 365명, 한국조선해양 2명 등이다.
정부는 올해 4월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취업비자 정책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우선 비전문취업 비자(E-9)의 쿼터 한도(모든 업종)를 올해 6만9000명에서 내년 11만 명으로 늘리고, 전문인력비자(E-7)도 용접 600명, 도장 300명 등의 발급량 제한을 폐지하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에 따라 조선해양협회는 지난 7월부터 각국 현지에서 기량검증을 주관하며 대대적으로 외국인력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태국 출신 용접공 10명을 시작으로 입국이 본격화됐다. 11월말 현재 협회의 기량검증을 통과해 입국을 대기중인 인력은 3000명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의 조선업계 취업이 늘고 있지만 생산현장에서는 아직도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각 산업 현장의 일당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노동 강도는 약하지만 처우가 비슷한 농업 현장으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조선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국내 조선업 인력은 9만5000명으로 조선업 최고 호황기였던 2014년 20만34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내년 인력 부족 규모는 연평균 1만명에 이르고, 내년 3분기에는 1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수주가 늘면서 조선업계 일감이 크게 늘었지만 국내 인력의 유입이 더딘 배경으로는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든 게 꼽힌다. 용접이나 도장을 담당하는 기능직에는 사내 협력사 소속이 많은데, 이들은 야근이나 특별근로 등 근로시간에 따라 소득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월 중소 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조선업체 근로자의 임금은 주52시간제 시행 후 월 평균 60만1000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5%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삶의 질이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삶의 질이 나빠진 이유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 경제적 여유 부족’(93.3%), ‘연장수당 감소 보전을 위한 투잡(본업 외 부업 활동을 하는 것) 생활로 여가시간 감소’(35.8%) 등이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