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장악한 가전시장에서 굳건히 존재감을 뽐낸 제품이 있다. 앳홈의 ‘미닉스 미니건조기’다. 지난해 초 1~2인 가구를 겨냥해 출시됐는데 15분에 1대씩 팔리며 단숨에 미니 건조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반품률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앳홈은 이 밖에도 키첸(요리 가전), 웰싱(음식물처리기), 클리엔(청소 가전), 슬리필로우(베게), 자몬스(매트리스) 등 총 10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첫 해 6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5년 만인 올해엔 매출 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앳홈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판매를 주로 하는 회사다. 시장 트렌드를 재빠르게 따라가면서 틈새를 찾아 홈쇼핑이나 인터넷으로 물건을 판다. 예를 들어 건조기가 필수 가전이 됐지만 크기가 작으면서도 디자인이 뛰어나고 가격이 합리적인 제품이 없다는 불편을 찾아내는 식이다. 앳홈은 업체 조사를 통해 기술력이 뛰어난 제조업체를 발굴한 뒤 함께 제품을 보완해 ‘미닉스’라는 브랜드로 미니건조기를 시장에 선보였다. 최근엔 자체 상품 개발에 뛰어들어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양 대표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만났다.
-앳홈 창업 이야기가 궁금하다.
“자본 투입 없이 아르바이트 월급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으려다 우연히 한 문어숙회 장인이 판매 담당자를 찾는다는 글을 본 게 계기가 됐다. 곧바로 포항으로 찾아가 판매 권한을 얻어냈다. 얼떨결에 유통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후에 마사지기, 소형 뷰티 디바이스 등 다양한 걸 팔았다.
그러던 중 대기업이 LED(발광다이오드) 마스크 시장에 뛰어든 것을 보고 이 시장이 커질 것을 직감했다. 즉시 국내 LED 마스크 제조사에 전부 연락을 돌렸고, 딱 한 군데에서 회신을 받았다. 대기업 제품과 LED 칩 종류, 개수가 똑같은 제품이었다. 효능도 대기업 제품 못지 않았는데 대기업 제품의 4분의 1 가격에 팔았다.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다른 물건을 팔면서 익혔던 마케팅 기법도 한몫했다. 처음엔 공장으로부터 제품을 살 돈이 없어 정산 후 값을 치러야 했지만 20만원짜리 제품이 하루에 100개씩 팔리며 좋은 성과를 거뒀고 그것이 앳홈의 시작이 됐다.”
-창업 5년 만에 매출 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동력은 무엇이었나.
“소비자 데이터 덕분이었다. 앳홈은 돈이 될만하다고 해서 아무것이나 팔지 않는다. 특정 제품군에 대해 고객들이 실제로 겪는 불편(페인 포인트)이 있고, 우리가 그걸 해결함으로써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지 등을 직감이 아닌 수치로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주로 온라인 마켓 등 여러 유통 채널의 검색 순위, 자주 검색되는 키워드와 소비자 리뷰 등을 꼼꼼히 살핀다.
예를 들어, 미니건조기의 경우 시장이 작아 대기업이 진출해 있지 않다 보니 성능과 디자인이 현저히 떨어지는 제품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본품과 부자재, 구성품까지 전부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력이 뛰어난 제조사를 찾았다. 디자인도 강화했다. 중·대형 건조기를 쓰기에는 집이 좁거나 가격이 부담스럽고, 기존의 미니건조기를 사기에는 품질과 디자인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에게 설루션을 제공한 것이다. 앳홈을 커머스 기업이 아닌 설루션 기업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대기업 경쟁사가 많다. 앳홈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민첩성과 진정성이다. 가전을 예로 들면 대기업들은 대형, 프리미엄 제품 등 규모가 크고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1인 가구가 늘고 집은 작아지는데 가전은 점점 커진다. 작지만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제품을 필요로 하는 시장 반응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앳홈만의 차별점이다.
시장 반응은 빠르게 받아들이지만 제품 개발은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제품이 하나 개발해 나오는 데 1년 이상 걸린다. 웰싱 음식물처리기도 당초 올해 안에 신제품이 나올 예정이었는데 기존 제품과 확실하게 차별화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다시 개발에 들어갔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이 있지만, 품질을 위해서 과감히 출시를 접었다. 페인포인트 해결에 그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유통에서 개발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나.
“더 많은 사람이 집에서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앳홈의 비전이다. 이를 위해 불편을 해결하는 것이 앳홈의 존재 이유인데, 기존 제품이나 부분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결국 직접 개발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었다.
내년 출시 예정인 미니 식기세척기의 경우 1~2인 가구를 겨냥했는데, 기존 대기업 제품은 부피가 크고 때때로 공사가 필요한 데다 가격이 비싸다. 기존 중소기업 제품은 디자인이 뛰어나지 않다. 현재 미니 의류관리기와 여성 전용 홈트레이닝 기구도 개발 중이다. 미니 의류 관리기는 기존 제품의 절반 가격에 판매하려 하고, 여성 전용 홈트레이닝 기구는 여성 신체를 기준으로 만들어 품질 만족도를 높이려 한다. 더 나아가 유아가전도 개발하려 하고 있다.”
-가전부터 건기식, 화장품까지 제품군이 매우 다양하다. 브랜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닌가.
“집에서 겪는 모든 불편함을 제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비전이기 때문에 카테고리에 제약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집에서 보내는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분야라면 진출할 생각이다.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냐’는 비판도 이해하지만, 모든 제품들은 결국 홈라이프로 수렴한다. 또 제품군이 다양하다고 해서 전문성이나 품질이나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전문가들이 각 사업부를 맡고 있고 제품력 역시 어느 정도 증명됐다고 본다. 제품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군별로 각각의 별도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향후 사업 계획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내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성장세가 작년보다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내년 초 미니 식기세척기, 미니 의류관리기 출시를 시작으로 직접 개발한 결과물들이 나올 예정이다.
수출도 준비 중이다. 앳홈의 모든 신제품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개발 중이다. 특히 인구밀도 대비 거주공간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가 타깃이다. 일본 도쿄의 경우 평균 거주 면적이 서울보다 작아 미닉스 브랜드가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프리미엄 가전 격전지인 북미 및 유럽국가도 겨냥하고 있다. 성장세를 이어가 2027년까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