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고려아연이 '한 지붕 두 가족' 고리를 끊고 영풍(000670)그룹에서 분리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 지분구조 등을 고려할 때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합의가 없으면 계열분리는 불가능하다.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의 계열분리를 반대하고 있어 당분간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최윤범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그동안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고(故) 최기호 창업주의 아들 최창걸·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 순으로 승계됐는데, 최윤범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했다. 최윤범 회장은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재계에선 오너 3세 경영과 함께 고려아연이 영풍그룹에서 계열분리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했다. 1974년 고려아연 출범 이후 고려아연 계열사들은 최씨 일가가 맡았고, 다른 전자계열사 등은 장씨 일가가 운영했다.
고려아연 경영은 최씨 일가가 맡았지만, 지분은 장형진 영풍 고문과 영풍 등 장씨 일가가 31.36%로 최씨 일가보다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한화(000880), LG화학(051910) 등과 자사주를 맞교환하며 최씨 일가의 우호지분을 늘렸다.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한 한국타이어(0.78%)와 조선내화(462520)(0.21%) 등도 최씨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되고 있다. 두 가족의 지분 격차는 최근 3%포인트(P)대까지 좁혀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하려면 특수관계인의 주식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낮춰야 한다. 또 겸임 임원이나 채무관계 등도 정리해야 한다. 보통 대주주가 합의를 통해 서로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계열분리를 진행하는 이유다.
영풍그룹 입장에서 고려아연은 알짜 회사다. 작년에 배당액만 1000억원이 넘어 고려아연 지분을 팔 이유가 적다. 영풍은 그동안 계열분리와 관련해 "논의되는 바 없다"고 밝혀왔다.
대형 로펌의 한 기업전문 변호사는 "가족회의를 열고 지분 정리 계획을 정한 뒤 계열분리를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게 아니라면 백기사(우호지분)를 모으고 지분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고려아연 정도의 회사라면 조(兆)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고,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계열분리를 추진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장형진 영풍 고문은 전날 이사회에 참석해 최윤범 회장 승진 안건에 찬성했다. 장 고문은 지난달 고려아연이 한화(000880), LG화학(051910)과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안건에도 찬성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