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금속(009190)이 지난달 영풍제지(006740)를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과정에서 빌린 자금을 갚기 위해 최근 대양금속이 발행한 전환사채(CB·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전부 영풍제지가 인수하게 되면서 영풍제지가 인수비용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양금속의 무리한 인수작업으로 영풍제지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주가 하락으로 주주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양금속은 지난 8일 170억원 규모의 무기명 CB를 발행하기로 했다. 원재료 매입, 인건비 등 운영 자금 70억원과 채무상환금 100억원이다. 2025년 12월 13일이 만기이고 이자율은 8.5%다.
사채권은 자회사인 영풍제지가 지난 13일 현금으로 전부 취득했다. 자본금 1329억원의 12.9%에 달하는 금액이다. 영풍제지는 “회사 경영상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납입 능력 및 투자 시기 등을 고려해 이사회 결의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양금속은 지난 6월 영풍제지 1대 주주인 큐캐피탈로부터 주식 1122만1730주(50.51%)를 1289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조상종 대양금속 대표와 정순규 사장 등이 영풍제지 사내이사에 올랐다.
인수 전 영풍제지 시가총액은 약 2500억원으로, 당시 대양금속 시총의 두 배가 넘었다. 여기에 당시 대양금속이 보유한 자본금은 226억원으로 계약한 금액에 비해 턱없이 적어 인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대양금속은 계약 당시 계약금으로 전체 인수금의 10%인 129억원를 지급했다. 잔금 1160억원은 기한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11월 10일에 지급했다. 대양금속은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150억원의 CB를 발행했고 금융기관으로부터 200여억원을 차입했다. 이 차입금을 갚기 위해 대양금속은 최근 또다시 CB를 발행했고 피인수 기업인 영풍제지가 이를 취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영풍제지 돈으로 영풍제지를 인수한 격”이라며 무리한 인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헀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피인수 기업은 주인이 바뀌면 신규 자금이 투입되면서 재무구조가 건전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영풍제지는 반대 상황”이라며 “이런 인수 방법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피인수 기업은 내부 유보금이 빠져나가고 기업가치가 떨어져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인수 배경에 대해 “대양금속은 사업다각화를 내세웠지만, 대양금속은 제지와는 무관한 스테인리스 제조기업인 데다 사업을 확장할 만큼 자본이 많은 회사가 아니다. 영풍제지의 골판지 공장도 상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업계에서는 영풍제지의 평택공장 부지 취득을 노린 인수가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