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각종 사고가 발생한 기업들이 연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평가에서 줄줄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국내외 ESG 평가기관에서 받은 등급은 해당 기업이 투자를 유치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8일 한국ESG기준원(KCGS)에 따르면, 올해 ESG 통합 등급 평가에서 A+를 받은 기업은 KB금융(105560), SK(034730), SK케미칼(285130), 신한지주(055550), 지역난방공사(071320) 등 총 5곳이었다. 지난해 말 14개사가 A+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9곳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A 등급을 받았던 SK케미칼과 지역난방공사가 올해 A+로 상향 조정된 것을 감안하면 총 11개사가 A+를 반납했다. ESG기준원은 S, A+, A, B+, B, C, D 등 총 7개로 나눠 등급을 부여하는데, S등급을 받은 기업은 없었다.
전년 대비 등급이 내려간 기업들을 살펴보면, 생산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 8월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 울산공장에서 일어난 폭발사고 여파로 등급이 내려갔다. 에쓰오일(S-Oil(010950)) 역시 지난 5월 온산공장에서 폭발이 한 차례 있었다. 포항·광양제철소에서 각각 근로자가 사망하고 태풍 침수 피해까지 있었던 POSCO홀딩스(005490)도 A등급으로 하락했다.
기아(000270)는 부품 협력사인 에스엘(SL) 미국 앨라배마 법인이 미성년자를 고용했다가 최근 현지 법원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은 점 등으로 인해 A+에서 B+로 두 계단 하락했고, 네이버(NAVER(035420)), 케이티,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BNK·DGB·JB금융도 각각 A+에서 A로 통합등급이 떨어졌다.
ESG 등급 하락은 기업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불리하게 영향을 미친다. 국내외 기관들은 각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 ESG 등급을 참고한다. 각 은행은 ESG 대출 상품을 운영하는데, 여기서 금리를 결정하는 것도 각 사의 ESG 등급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내외 다양한 ESG 등급 평가 기관이 있는데, 국내 기관의 ESG 등급 역시 투자를 유치할 때 중요한 조건 중 하나”라며 “등급이 하락하면 그만큼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번 떨어진 등급을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대기업은 보통 사고가 발생하면 전 사업장 전수조사 실시 등의 선언을 내놓는데, 그런 후속 조치에도 유사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소 다음 연도까지는 사고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등급 하락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사고 등 명백한 요인이 있다면 ESG 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수년간 ESG 경영 강화를 위해 노력해 힘들게 등급을 올렸는데, 예기치 못한 사고로 등급이 떨어지니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