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010140)이 13년만에 부회장급 대표이사를 맞았다. 삼성중공업의 선장이 된 최성안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 시대의 첫 부회장 승진자이기도 하다. 2010년대 중반 저가 수주 경쟁에 따른 적자 늪에서 허덕이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을 반전시킨 최 부회장이 삼성중공업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 부회장은 1989년 경력 공채로 입사한 삼성엔지니어링에서 33년간 에너지 및 플랜트 사업 내공을 쌓았다. 2007년 정유사업본부 PM 상무보가 된 뒤, 정유사업본부 PM 상무, 조달본부장 부사장, 화공사업본부장, 플랜트사업1본부장 등을 거쳤다. 2018년부터는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재용 회장과 삼성의 EPC(설계·시공·조달 등 대형 인프라 건설과 관련된 제반 산업) 사업과 해외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이 회장의 9월 멕시코·파나마 등 중남미 지역 출장에 동행할 만큼 신임을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의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역시 삼성물산(028260), 삼성엔지니어링 등 그룹의 EPC 사업지다.
최 부회장은 지난 5년간 대표를 지낸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을 반전시키며 이 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3분기까지 매출 2조4579억원(연결 기준), 영업이익 1605억원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7%, 15.5% 증가했는데,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현장에서 모듈화, 설계 자동화 등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인 결과라는 평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0년대만 하더라도 수시로 적자를 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국내 건설 경기가 얼어붙자 건설업체들이 잇달아 중동 화공 플랜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벌어진 저가 수주 경쟁 때문이다. 2013년 1조4543억원의 영업적자, 2013년 1조2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최 사장은 2018년 취임 후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고, 질 위주로 수주하자”며 회사 운영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수익성이 양호한 프로젝트에 선별해 수주하면서, 플랜트사업의 기본설계와 EPC를 동시 수주하는 ‘FEED to EPC’ 전략을 앞세워 설계 최적화를 통한 비용·공기 단축에 나섰다. 베트남에서 제작한 부품을 선박으로 공사 현장으로 옮기는 모듈화를 통해 플랜트 현장의 불확실성도 줄였다.
최 부회장의 투입에 대해 삼성중공업 내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선 최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33년간 쌓아온 에너지 플랜트 분야 전문성이 기존 화석연료에서 수소·암모니아 등으로 전환하는 시대의 조선해운업계에서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 시대 첫 부회장 승진자라는 점과 함께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 EPC 3사 중 최고 직급의 경영자라는 점도 회사 구성원들의 사기를 북돋울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전성기였던 2009년 김징완 당시 부회장 이후 13년만에 부회장급 대표이사가 돌아온 만큼, 회사의 실적과 그룹내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최 부회장은 2013년 이후 내부 승진을 통해 대표이사가 선임되던 흐름을 깬 외부 인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