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내 폭등했던 실내용 등유 가격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실내용 등유는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농어촌이나 낙후된 도시 지역에서 가스 보일러를 뗄 때 사용한다. 등유 가격은 당분간 내려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실내용 등유의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593.3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같은 날(1102.03원)보다 44.6% 오른 것이다.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800~900원대를 유지했던 실내용 등유 가격은 같은 해 10월 19일(1003.18원) 1000원을 돌파한 이후 쭉 상승세다. 올해 7월 11일 1696.28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등유 가격이 오른 이유는 경유 가격이 오른 탓이다. 등유와 경유는 생산라인이 같아 경유 생산이 늘면 등유 생산이 줄어들게 된다. 올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가 부족해진 유럽이 경유 수요를 늘렸고, 이에 등유 공급이 줄어들었다.
국내 등유 가격은 국제 가격에 기반해 책정되는데, 국제 등유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배럴당 115.47달러로 연고점이었던 6월 17일(174.01달러)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1월 3일(86.49달러)보단 높다.
일부 지역에서는 등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전국 17개 권역에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에서는 등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울산 등유와 휘발유 가격 차이가 ℓ당 49.25원으로 가장 컸고, 이외 부산(47.45원), 대구(44.8원), 대전(23.1원), 광주(22.98원) 등도 두 자릿수 차이를 보였다.
등유 가격의 상승세는 농어촌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날 기준 가정용 200ℓ 드럼은 31만9000원이다. 1년 전 같은 시기 한 드럼에 22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만원가량 올랐다. 일반 가정은 통상 한달에 1~2드럼을 쓰는데, 앞으로 내년 2월까지 3개월 간 6드럼을 쓴다면 난방비로만 190만원 넘게 써야 한다. 작년과 비교하면 60만원 가까이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업계는 등유 가격이 안정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쪽 경유 수요가 늘어나 등유 생산이 줄어든 가운데, 동절기 난방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등유 기반의 항공유도 코로나19 이전보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관리원 등과 등유 특별점검반을 구성해 전국 각지 주유소와 일반 판매소를 대상으로 주 2회 이상 가격 인하를 계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