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집단 운송거부)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산업계 전반에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교섭을 앞두고 있지만 단시간에 입장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집단운송거부 긴급 애로·피해 신고센터’에 이날 오전 9시까지 화물연대 파업으로 32개사가 56건의 어려움을 신고했다. 유형 별로 보면 납품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거래선 단절이 25건(4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물류비 증가 16건(29%)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중단 13건(23%) ▲공장·항만 반출입 차질로 인한 물품 폐기 2건(4%) 순이었다.
재생타이어 등을 수출하는 A사는 무역협회에 “납기 지연으로 수출 주문이 취소됐다”며 “물량이 가장 많은 연말이어서 피해가 더 크다”고 했다. 이어 “원자재 조달이 불가능해 공장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다”며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를 조기에 종료하고 일부라고 화물운송을 지원해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항만 물동량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날 3만1761TEU(1TEU=20피트 컨테이너)였다. 일주일 전 6만2861TEU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부산 북항의 물동량은 1만9295TEU에서 5651TEU로, 부산 신항은 4만3564TEU에서 2만6110TEU로 줄었다. 인천항과 평택·당진항 등 주요 항만에서도 컨테이너 반출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멘트업계는 출하 제한으로 매출이 이연되면서 누적 피해 규모가 464억원으로 추산됐다. 전국 459개 건설 현장 중 절반이 넘는 259개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되는 등 연쇄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1200억원에 달하는 추가 물류비 부담과 지난 6월 1061억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 등 희생을 감내해 온 시멘트업계를 볼모로 한 운송거부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주유소도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주요 정유업체 소속 탱크로리(유조차) 기사의 70%가량이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번주부터 재고가 바닥을 보이는 주유소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휘발유 가격이 꾸준히 내려서 재고 털어내고 다음달 초에 받으려 했는데, 파업 이후 운송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철강, 자동차, 타이어 등 주요 산업이 물류난을 겪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이날 첫 면담을 앞뒀으나 안전운임제를 두고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정부가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할 것을 제시했지만,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을 아예 폐지하고 적용 품목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리고 화물연대가 조건 없이 업무에 복귀할 것을 설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