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광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항공사들의 여객사업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반면 팬데믹 기간 급성장하며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 등 대형 항공사(FSC)의 실적을 견인한 항공화물 시장은 점차 식어가는 모양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0일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이 10만1404명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기존 예측보다 약 40일 빠르게 일일 여객 10만명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여객이 10만명을 다시 넘은 것은 2020년 2월 18일 이후 1007일(2년 9개월)만이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도의 일일 평균 이용객 수는 19만4986명이었다. 코로나 이전의 절반 이상을 회복한 셈이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뉴스1

항공기 운항 횟수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국내외 항공사들이 신청한 2022년 동계기간(2022년 10월 30일~2023년 3월 25일) 국제선 정기편 항공 운항 일정표를 확정했다. 162개 노선에서 주 2711회의 국제선 운항을 인가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동계 대비 58% 수준이다. 국토부는 “수요 회복 추이를 고려해 최대 60%까지 추가 증편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하계 시즌(3월 말∼10월 말)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 횟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15∼18일(현지 시각)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슬롯 조정 회의에서 2023년 하계 예상 슬롯 배정 횟수가 26만3004회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하계 실적(9만9077회)에서 265% 늘어난 수치이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하계(23만3650회)보다 12.5% 증가한 것이다. 슬롯은 항공기의 출발 또는 도착 시각, 슬롯 배정 횟수는 해당 기간 항공기 운항 허가 횟수를 뜻한다.

여객 사업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팬데믹 기간 대형 항공사의 실적을 견인했던 항공화물 시장은 점차 식어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 시기에 여객기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해 여객 수요 감소를 극복한 바 있다.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대한항공의 화물 수입은 매출의 21.3%였으나 2021년에는 화물 비중을 76.5%까지 늘리며 사상 최대 영업이익(1조4180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화물사업 비중을 키우면서 지난해 9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최근 항공화물 운임은 급격히 줄고 있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수 TAC 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0월 홍콩~북미 노선 화물 운임은 1㎏당 6.7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로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2월(12.72달러)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올해 5월 9.69달러였던 화물 운임은 6월 8.72달러, 7월 8.49달러, 8월 8.33달러, 9월 7.94달러로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운임은 여전히 코로나 발생 이전(3~4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향후 중국행 비행길이 열려 중국에 오가는 항공 공급이 늘어나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화물 운송량도 줄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인천공항을 오간 화물량은 3월 28만1551t으로 고점을 달성한 이후 4월부터 꾸준히 떨어지며 9월에 22만7589t을 기록했다. 통상 블랙프라이데이 등으로 4분기에는 물동량에 일부 늘지만,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하면서 항공화물 수요는 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8일 기준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76.94포인트 내린 1229.9를 기록하며 23주 연속 하락했다.

그래픽=손민균

이같은 상황은 국내 항공사들의 실적에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대한항공의 화물사업부문 매출액은 1분기 2조1486억원에서 2분기 2조1712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3분기 1조8564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14.5% 감소했다. 반면 여객사업부문 매출액은 1분기 3598억원, 2분기 8743억원, 3분기 1조4542억원을 기록해 큰 폭으로 상승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화물사업부문 매출액이 1분기 8845억원, 2분기 8184억원, 3분기 6805억원으로 줄어드는 반면 여객사업부문 매출은 1분기 2656억원, 2분기 6105억원, 3분기 8897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입국 금지 및 입국 후 자가격리 면제를 확정하면서 국제선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최근 중국도 입국 규제를 일부 완화하며 본격적인 수요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