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계에서 이산화탄소(CO₂) 운반선 및 주입용 해상플랜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27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는 지난해부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과 고갈 유전 및 가스전의 안전성과 CO₂ 저장용량, 경제성 등을 연구하는 탄소포집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프로젝트 관련 협약을 체결 중이다.

페트로나스는 채굴이 끝난 가스전이나 유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각 기업이 처리해야 하는 CO₂를 배에 싣고 이곳에 저장하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주요 조선·해운사들은 맞춤형 CO₂ 운반선을 제공하는 역할로 참여하며 경쟁 중이다.

이산화탄소는 초임계(온도와 압력이 임계치를 넘어 액체와 기체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로 포집해 저장을 하게 되는데 이 조건을 충족하려면 일반적으로 700~800m 이하에서 가능하다. 해저저장소에 저장하려면 배에 싣고 땅속에 주입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산화탄소는 초임계유체 상태에서는 폭발성이 없고 부피도 줄어 저장이 용이하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 개념도.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한국석유공사, 현대건설(000720), SK이노베이션(096770), 골든엔지니어링, 페트로나스 공대(UTP) 등은 지난 21일 탄소 관련 기술 및 해외저장소 확보 프로젝트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미 최대 7만4000㎥급 액화 CO₂ 운반선을 개발해 기본인증을 확보했고, CO₂를 폐광구로 주입하는 플랫폼 기술도 개발을 마치고 고도화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CO₂ 운반선과 주입 플랫폼 모두 기존에 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했던 제품의 설계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맞게 새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삼성중공업(010140)과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케미칼(011170), GS에너지, SK에너지, SK어스온 등이 말레이시아 사라왁주(州) 지역에 저장 장소를 개발하는 ‘셰퍼드CCS 프로젝트’를 페트로나스와 진행하기로 했다. CO₂ 운반을 담당할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가스텍에서 이산화탄소 운반선에 적용될 대형 액화 CO₂ 탱크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과 포스코건설도 지난해 페트로나스와 탄소 저장과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말레이시아를 탄소 저장 솔루션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산화탄소 운반 외에 저장소 분석을 담당하며, 포스코건설은 국내 인프라 설계를 담당한다.

일본 해운사 미쓰이 O.S.K. 라인(MOL)도 지난 2월 페트로나스와 CCS 벨루체인을 위한 액화 이산화탄소 운송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MOL 역시 포집된 CO₂를 해상으로 운송하기 위해 최적화된 운반선 사양을 연구하는 역할을 맡았다.

CO₂ 운송 사업은 전 세계 주요국이 2050년까지 탄소를 대폭 줄이기로 하면서 새롭게 커지는 시장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2050년까지 연간 8500만톤(t)의 탄소를 CCS로 감축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3000만t을 해외 CCS 공간에서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에서만 연 3000만t의 CO₂ 해외 운송 수요가 예정된 셈이다.

지금까지 CO₂ 운반선은 대부분 소규모였다. MOL이 CO₂ 운송 경험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관계를 맺은 노르웨이 해운사 라빅 해운(Larvik Shipping AS)의 CO₂ 운반선 4척은 1000t 미만의 소형선이다. 한 번에 수만㎥ 이상을 나를 수 있는 신선종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스 앤드 마켓스(Markets and Markets)는 CO₂ 운송 분야 시장 규모가 2020년 2억4540만달러(약 3200억원)에서 연 평균 11.0% 성장해 2025년에는 4억1350만달러(약 5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본격적인 탄소중립 시점인 2050년에 가까워질수록 CO₂ 해상 운송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