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숙면을 돕는 산업이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수면의 상태를 측정하고 수면의 질을 개선시키는 전통적 방법에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관련 산업도 커지는 것이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슬립테크(sleep-tech·잠과 기술의 합성어) 관련 부스를 마련하는 등 글로벌 IT기업들 다수가 참전하면서 각축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빅테크뿐 아니라 신기술을 선보이는 크고 작은 스타트업 등이 뛰어든 슬립테크 시장을 이코노미조선이 조명했다. [편집자주]

코너 헤네간 구글 선임연구과학자 /구글

“오후 4시 이후에 마신 커피 한 잔이 당신의 수면 패턴을 어떻게 바꾸는지 손목 위에서 확인하는 시대가 열렸다. 측정된 데이터를 보고 숙면에 도움 되는 생활 습관인 ‘수면 위생(sleep hygiene)’을 지키도록 도울 예정이다.”

코너 헤네간(Conor Heneghan) 구글 선임연구과학자(Senior Staff Research Scientist)는 11월 5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상적인 수면 패턴은 단 한 가지 변수로 결정되지 않는다”면서 “수면은 식단(diet) 같아서 채소, 과일, 단백질 등을 골고루 섭취해 건강 밸런스를 찾는 것처럼 수면 패턴 관리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구글의 웨어러블 기기인 ‘픽셀 워치(Pixel Watch)’를 통해 수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확한 수면 데이터를 측정하고 이용자 스스로 수면 상태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지난해 21억달러(약 3조114억원)를 투자해 웨어러블 업체 핏빗(Fitbit)을 인수한 구글은 핏빗의 헬스케어 기능이 담긴 웨어러블 기기 ‘픽셀 워치’를 10월 13일(현지시각) 미국 등 9개국에 출시했다. 픽셀 워치에는 수면 질(sleep quality)을 평가해 점수로 매기는 ‘수면 스코어(Sleep Score)’뿐 아니라 장기 수면 패턴 분석 서비스인 ‘수면 프로필(Sleep Profile)’ 등 다양한 수면 추적 기능이 담겼다.

과거 웨어러블 기기에도 수면 추적 기능은 있었지만 측정 오류로 인한 부정확성 때문에 활용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픽셀 워치에 내장된 수면 추적 기능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딥러닝(심층학습)이라는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 많은 양의 데이터가 모일수록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으로 측정 오류를 시정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0월 출시된 픽셀 워치와 수면 측정 기능. 픽셀 워치 출고가는 와이파이 제품이 349.99달러(약 50만원), LTE 제품은 399.99달러(약 57만원)부터지만, 한국 출시 계획은 미정이다. /구글

미국에서 ‘픽셀 워치’가 출시됐다. 반응이 어떤가.

”픽셀 워치는 웨어러블 기기용 운영체제(OS) 생태계 개발에 대한 구글의 전문성과 헬스케어 분야 최강자인 핏빗의 경험을 결합한 최초의 제품이다. 2021년 초 핏빗이 구글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팀이 꾸려졌고,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동료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개발한 알고리즘은 최첨단 AI 머신러닝을 활용하므로, 특별하다. 픽셀 워치 개발 단계에서 수천 명의 심장 박동 수 정보를 기반으로 심층학습을 시켰다. 성별, 연령을 뛰어넘어 보다 많은 사람의 심장 박동 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일반적으로 AI 딥러닝 알고리즘은 수치 데이터를 이미지 형태로 정제한 후 학습시키는데,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스스로 학습해 정확도가 상당히 높아진다). 처음에 수면 추적 기능(sleep tracking)을 출시한다고 밝혔을 때 많은 이용자가 수면 품질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문의를 해왔다. 아직까지 수면의 질을 정의하는 명확한 과학적 합의는 없는 상태지만, 우리는 수면 전문가들과 함께 수면 질을 0부터 100으로 수치화하는 지표를 만들었다.”

수면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첫 번째는 총 수면 시간, 두 번째는 몸이 자고 있어도 뇌가 각성 중인 렘(REM·급속안구운동)수면과 깊은 수면(deep sleep)의 비율, 세 번째는 수면 중 뒤척이는 시간과 심장 박동 수 변화다. 이 지표들은 이용자 스스로 전반적인 수면 질을 평가해 보는 데 도움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숙면을 위해 개선할 방법을 찾아가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늦은 밤에 격한 운동을 할 경우, 심장 박동 수가 수면 중에도 상당히 올라간 상태로 기록될 것이다. 심장 박동 수 데이터만 봐도 수면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

구글이 수면 분야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양질의 수면은 운동과 영양만큼이나 건강을 지키는 기둥 같은 핵심 요소다. 구글과 핏빗은 개인 수면 패턴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해석하는 기술 개발에 오랜 기간 투자해왔다. 우리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확한 수면 패턴을 측정하고 보여주면 사용자들은 개인적 수면 여행을 더욱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픽셀 워치의 ‘슬립 스코어’를 활용하면 전체 수면, 깊은 수면, 렘수면, 깨어난 시간 등 자신의 수면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후 4시 이후에 마신 커피 한 잔이, 혹은 아주 적은 양의 술이 수면 패턴을 어떻게 뒤바꾸는지 체감하게 될 것이다.”

‘잠을 잘 잤다’는 기준을 수치화할 수 있나.

”숙면을 정의할 때 전체 수면 시간 중 10~20%는 깊은 수면, 15~20%가 렘수면, 깨어있는 시간은 15% 미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외에도 전체 수면 시간 중 5~10% 정도는 깨어서 뒤척이는 시간이 있어야 어느 정도 신체 움직임을 유도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 된다고 본다. 또 심장 박동 수가 느려지고 분당 호흡을 12~18회 정도 하는 ‘휴식 상태’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면증도 치료 가능할까.

”불면증은 건강 이상이므로 의사의 상담을 받는 게 맞다. 다만, 픽셀 워치의 수면 추적 기능을 통해 (‘식품 위생’ 개념처럼) 숙면을 위한 추천 지침을 담은 ‘수면 위생’ 영역을 안내할 수 있다고 본다. 수면 위생을 따르는 방법에는 기상과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늦은 시간에 카페인이나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을 권하며 취침 직전 격한 운동을 자제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수면 추적 기능은 수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각자가 제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새로운 기능인 ‘수면 프로필’을 통해 수면 패턴을 군집화한 점도 흥미롭다.

”최근에 ‘수면 프로필’이라는 새 기능을 출시했다. 이용자가 단순히 하룻밤의 잠이 아닌 월간 수면 패턴을 확인하고 교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이상적인 수면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총 10가지 수면 특성에 기반해 6가지 동물 유형으로 수면 패턴을 구분한 뒤 이상적인 범위로 전환하기 위해 주어진 한 달 동안 교정해야 할 부분을 안내받을 수 있다. 측정된 수면 프로필이 늘어날수록 수면 패턴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픽셀 워치 한국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본인만의 숙면 팁이 있다면.

”자기 전에 최소 한 시간의 휴식 시간 확보를 습관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시간에 나는 업무용 이메일과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멜라토닌 생성에 도움 되도록) 조명을 어둡게 바꾸며, 음악과 TV를 끄고 소음 수준을 낮추면서 독서 등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도록 노력한다. 또한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7시 30분까지 총 8시간 30분 이상의 취침 시간을 확보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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