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국내 방산업체 LIG넥스원(079550)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년 새 연구개발(R&D) 비용을 2배로 늘리는 등 기술개발에 힘써왔는데, 관련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오며 결실을 맺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는 연초 맺은 대규모 해외 수출 계약과 함께 국내 신규 수주도 늘어나면서 최초로 매출 2조원, 수주잔고는 1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올해 매출 2조1661억원, 영업이익 19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매출은 18.87%, 영업이익은 95.57% 늘어난 수치다. LIG넥스원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2019년 181억원, 2020년 637억원, 2021년 972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는 내년 영업이익이 2316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맺은 천궁2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계약(약 2조6000억원)이 하반기부터 실적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정밀타격(PGM) 부문 매출은 930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PGM부문 전체 매출(1조91억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수주잔고도 매년 1조원 규모씩 늘어나고 있다. LIG넥스원의 사업보고서,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LIG넥스원의 수주잔고는 2018년 5조6507억원, 2019년 6조1844억원, 2020년 7조3033억원, 2021년 8조3073억원을 기록해 매년 1조원가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3분기 누적 기준 7조9556억원을 기록했고, 연말 기준 1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주잔고는 아직 이행되지 않은 수주액을 의미하는데, 계약조건과 인도 시점에 따라 시차를 두고 매출로 인식되기 때문에 기업의 향후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LIG넥스원이 개발하는 정밀유도무기는 그 특성상 구매자 측에서 자세한 계약 규모 등을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아 추정에 어려움이 있지만, 수주잔고를 통해 대략적인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천궁2 등 올해 신규수주가 대폭 증가하면서 올해말 수주잔고가 1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주잔고의 약 55%는 수출 비중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LIG넥스원이 수출 등에서 호조를 보이는 데는 그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IG넥스원은 전체 임직원 절반 이상(51.23%)이 연구개발 인력이며, 그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연구개발 인력은 1860명으로 5년 전(2017년) 대비 22.18% 늘어났다.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금액도 커지고 있다. 작년 기준 연구개발비용은 823억원으로 5년 전인 지난 2016년(369억원)에 비해 123.1% 급증했다.
직원 규모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LIG넥스원은 올해만 벌써 기존 전체 직원의 17%에 해당하는 650여명을 신규 채용했고, 하반기에도 세자릿수 규모를 추가 채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직원 수가 급증하며 사무공간이 부족해지자 지난 10월 기존 강남역 인근에 있던 서울사무소를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하기도 했다.
협력사와의 상생, 기부금 확대 등 ESG 경영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LIG넥스원은 최근 신한은행과 10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추가 조성해 불안정한 채권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에 대한 금리 감면 등 경영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이미 10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해 협력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을 추진했는데, 최근 이를 2배 늘린 것이다. LIG넥스원의 올 3분기 누적 기부금도 이미 지난해 전체 기부금을 뛰어넘었다.
해외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도 천궁2 등의 수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월 예멘 내전 개입을 이유로 미국산 무기 수입이 금지됐는데, 이에 따라 한국산 무기 수입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접경국인 예멘 시아파 반군 세력의 탄도미사일·드론 등 공중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요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인데, LIG넥스원의 천궁, 현궁 등 요격체계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IG넥스원은 앞서 지난 3월 사우디 국제방산전시회 ‘WDS 2022(World Defense Show)’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 방산분야 협력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현재 수출 관련 진행 상황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업체 차원에서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속 성장의 답이 해외 수출 확대에 있다는 구본상 LIG 회장의 의지대로 관련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