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공발전사가 올 들어 3분기까지 석탄, 액화천연가스(LNG)를 구입하는 데 쓴 비용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에너지 위기로 연료비 자체가 오르기도 했지만, 고환율이 시시각각 반영되면서다. 반면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장기 계약으로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연료비가 감소했다.
20일 한국전력(015760)공사에 따르면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5개 공공발전사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유연탄(석탄) 매입에 총 12조985억원을 썼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조978억원)보다 70.5%(5조원) 늘어난 것으로 지난 한 해동안 쓴 유연탄 매입비(10조999억원)를 3분기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남동발전이 3조원 넘게 썼고, 서부·남부·동서발전은 각각 2조원대로 집계됐다. 중부발전이 1조원대로 가장 적었다.
공공발전사의 LNG 매입비 역시 크게 늘었다. 지난해 1~3분기엔 3조9767억원을 썼는데, 올해 같은 기간엔 6조8561억원으로 72.4%(2조879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매입비는 5조9428억원이었다. 남부발전이 2조5559억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LNG 매입에 썼고, 이 외엔 서부(2조5559억원)·동서(1조3239억원)·중부(8115억원)·남동(5046억원) 순으로 LNG 매입비가 많았다.
석탄, LNG 매입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제품 가격 자체가 올라간 영향이 크다. 이들 발전사가 올해 구매한 유연탄은 t당 평균 27만2893원으로, 전년 동기(13만9382원) 대비 96% 상승했다. LNG도 같은 기간 t당 63만5877원에서 143만7429원으로 126% 상승했다. 여기에 환율 영향도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이미 계약을 마친 물량이어도 최근 환율이 높아져 국내로 들어올 때 가격이 뛸 수 있다”며 “특히 LNG, 석탄은 최근 공급 부족으로 스팟(단기 현물거래) 물량이 늘어나고 있어 가격 인상분이 크게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수원이 우라늄 매입에 쓴 비용은 오히려 줄었다. 올해 1~3분기 우라늄 매입비는 5723억원으로, 전년 동기(5819억원) 대비 1.7%(96억원) 감소했다. 국내 원전은 24기 중 월성 2·3·4호기를 빼고 모두 경수로인데, 경수로용 연료비는 같은 기간 kgU당 2184달러에서 2055달러로 떨어졌다. 중수로 연료비도 271달러에서 268달러로 낮아졌다.
원전 연료비가 안정적인 것은 독일, 호주, 카자흐스탄,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단위의 장기 계약으로 우라늄 원석과 농축 우라늄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약 3년치 재고를 원화 기준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변동성을 낮춰준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장기계약이어도 고정가격과 변동가격, 또는 고정·변동 혼합가격으로 계약을 맺지만 우라늄 가격 자체가 변동폭이 크지 않다”며 “최근 우라늄 가격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만큼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전은 연료가 전체 발전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도 경제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원전 발전비용의 95%는 발전 설비 등 기술력에 따른 비용으로, 결국 국내 경제에서 소화되는 것”이라며 “반면 석탄, LNG는 발전비용 중 연료비 비중이 크고, 모두 해외로 나가기 때문에 달러 수급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전 비중을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8월 공개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원전 비중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0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통해 발표했던 23.9%에서 32.8%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고리 2·3·4호기 등 원전 12기를 수명 연장해 2036년까지 계속 운전하고, 신고리 5·6호기, 신한울 1∼4호기 건설을 완료해 원전 6기를 추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10차 전기본을 완성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