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가 그간 리스크(위험 요인)로 지적되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PD)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결별한 데 이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주가가 오르고 있다.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를 이끌어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얼라인)이 올초 감사 선임에 이어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이사진의 교체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은 3분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4%, 111% 증가한 2381억원, 298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국내외에서 오프라인 콘서트가 재개되고 자회사 실적이 개선된 효과를 봤다. 여기다 그간 매년 100억~200억원씩 지급하던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이 올 연말 끝나고, 최근 SM 측이 “추가 비용 없이 내부 인력만을 활용해 프로듀싱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연일 주가가 오르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 주주 반발 못 이켜 ‘라이크기획’ 떼어낸 SM

라이크기획 프로듀싱 계약 종료를 이끌어 낸 건 SM 지분 1.1%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이다. 라이크기획은 이 PD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SM은 1997년 설립된 이 회사에 음반 프로듀싱 명분으로 매출의 일부를 지급해 왔다. 당초 음반매출의 15%를 지급하기로 계약했으나 2015년에 매출의 6%를 지급하기로 계약 내용을 바꿨다.

SM이 영업 손실을 보던 2006~2008년에도 연간 10억~20억원의 인세를 챙겨가던 라이크기획은 2010년대 들어 SM 연간 매출이 1000억원대를 넘기자 더 큰 금액을 챙겼다. 라이크기획이 2015년 계약을 변경한 뒤 최근까지 7년 간 SM으로부터 받은 인세는 연간 99억~ 24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114억원이 지급되면서 7년 동안 총 1000억원이 넘는 돈이 라이크기획으로 흘러들어갔다.

올해 3월 주주총회부터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선 얼라인은 SM의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를 비판하며 계약종료를 촉구하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3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SM에 전달했다. 주주 저항에 가로막힌 SM은 결국 다음달 31일부로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그래픽=손민균

◇ 이수만 측근 포진된 이사회… 투명성 숙제 남아

얼라인은 SM 이사회 독립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PD는 공식적으로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이사진은 모두 그의 측근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지난 3월 주총 당시 SM은 사내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하려 했으나 얼라인과 기관 투자자,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대신 얼라인이 추천한 곽준호 전 KCF테크놀로지스(현 SK넥실리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감사로 신규 선임됐다. 찬성률은 81%를 넘겼다.

현재 사내이사는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와 SM 어뮤즈먼트 기획본부장 출신 박준영 이사 등 3인이다. 사외이사는 대한항공(003490) 총괄사장 출신 지창훈 이사다. 네 사람은 모두 이 PD의 측근이다. 이성수 공동대표는 이 PD의 처조카이고, 탁영준 공동대표와 박준영 이사는 SM 설립 초기부터 이 PD와 함께한 측근이다. 지창훈 사외이사는 이 PD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네 사람은 두 번 연임을 했고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SM이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확실히 하지 않는다면 얼라인이 내년 3월 주총에서 이사진 연임을 반대하거나 새로운 이사진을 추천해 이사회 개편을 시도할 가능성도 나온다. 얼라인 관계자는 “일단은 SM이 라이크기획 계약을 조기 종료하는 등 개선 의지를 보인 만큼, 이사회 개편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여러 방면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실적 끌어내리는 문어발식 자회사도 걸림돌

얼라인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이다. SM은 라이크기획, 이사진 구성 등 이 PD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 이외에 문어발식 자회사도 수익성을 해치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M은 국내외에 총 29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매니지먼트나 콘텐츠 관련 사업 이외에 주류, 식음료, 화장품, 부동산 투자, 벤처 투자, 경비용역 등 회사를 6개 두고 있고, 미국에도 부동산 관련 자회사가 3개, 부동산 투자와 식당사업을 겸하는 자회사 1개, 일본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 회사가 1개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SM의 최근 5년(2017~2021년) 영업이익률을 보면 별도 기준은 12%→15%→12%→12%→18%로 두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엔 20%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29개 자회사 실적이 포함된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3%→8%→6%→1%→10%→11%였다. 올해 연결 영업이익률 시장 전망치는 11%다. 자회사 실적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절반에서 최대 10분의 1 밑으로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다.

얼라인 관계자는 “본업과 관계 없이 특수관계자 지분만 많은 자회사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손해를 보고 있는 회사들이 많은데, 설령 수익이 난다고 해도 엔터사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을 유지하면서 리스크를 끌어안고 있을 이유는 없다”며 “문제 여부를 더 들여다보기 위해 이사회 의사록과 회계장부 열람청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