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011200)이 올해 3분기에도 전 세계 주요 해운사 가운데 컨테이너를 하나 나를 때마다 버는 세전이익(EBIT)이 가장 큰 회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컨테이너선 스폿(Spot·비정기 단기 운송 계약) 운임이 지속해서 내리고 있어, 매년 봄 진행하는 장기 계약 운임 협상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18일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MM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세전이익은 2조6085억원이다. HMM은 3분기에 컨테이너 91만7913TEU(1TEU=20피트 컨테이너)를 수송해, TEU당 세전이익은 28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른 글로벌 해운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1330원)을 고려한 TEU당 세전이익은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253만원 ▲이스라엘 ZIM 245만원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 230만원 ▲머스크(Maersk Line) 193만원 등이다.

HMM의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누리호’가 싱가포르항에 정박해있다. /HMM 제공

컨테이너당 세전이익은 해운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HMM은 지난해부터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HMM이 전체 선대에서 운영 효율이 좋은 대형 컨테이너선 비중이 큰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HMM의 컨테이너선 총선복량(적재 능력) 80만9526TEU 가운데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이 77.7%(62만8668TEU)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HMM의 컨테이너당 세전이익은 올해 1분기 338만원에서 2분기 328만원, 3분기 283만원까지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스폿 운임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분기 평균 3279로 전년 동기 평균보다 24%, 올해 2분기 평균보다도 22.1% 낮았다. SCFI는 4분기 들어 평균 1663까지 더 떨어졌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HMM도 분기보고서를 통해 “3분기는 컨테이너 시장의 전통적 성수기임에도 항만적체 완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도착지 재고 증가 등으로 운임이 하락세를 보였다”며 “4분기 역시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져 운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폿 운임 약세에 따라 보통 1년 단위로 맺는 장기 계약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스폿 운임이 급락하면서 장기 계약 운임이 더 비싼 역전 현상에 따라 수출입 기업 입장에서 장기 계약을 유지할 이유가 줄었기 때문이다. 2023년도 장기 계약 운임 협상 역시 문제다. HMM은 매년 4월쯤 장기 계약 협상을 마무리하는데, 2023년 상반기에도 운임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가이던스(전망치)를 보면 글로벌 해운사 중에선 내년 상반기 이익이 올해보다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는 곳도 있다”고 했다.

HMM은 중장기 계약 이행을 독려하고 전략 화주 비중을 확대해 대응할 계획이다. 또 단기 화물을 신규 개발하고, 냉동·특수 화물 등 고수익 화물을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HMM 관계자는 “수익성을 지킬 수 있도록 영업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