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의 KE631편은 인천공항을 출발해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각) 필리핀 세부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벗어나 멈추는 오버런(Overrun) 사고를 냈다. 에어버스(A)330-300 기종으로 비행기 연수는 24년이었다.

올해 잇달아 발생한 여객기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노후 기체가 꼽히고 있다. 보통 제작 후 20년이 지난 항공기를 노후 기체로 분류하는데, 국적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의 10% 이상이 노후 기체인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국적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 370대 가운데 비행기 연수(기령)가 20년 이상인 노후 기체는 총 55대(14.8%)다. 대한항공(003490)이 31대로 가장 많고 아시아나항공(020560) 14대, 에어인천 4대, 제주항공(089590)·진에어(272450) 3대 순이다.

우기홍(왼쪽 두 번째) 대한항공 사장과 임원들이 지난 7일 A330 항공기의 엔진 점검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노후 항공기의 기종을 보면 A330이 18대로 제일 많았다. 이어 보잉(B)737 13대, B747 11대, B777 10대, B767 3대 등이었다. 올해 발생한 대한항공의 여객기 사고 4건 중 2건이 노후 기체였다.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에서 호주 시드니로 출발했다가 엔진 이상으로 회항한 대한항공 항공기 역시 A330으로 기령이 21년이었다.

대한항공은 이후 보유 중인 A330 30대 가운데 노후 기체를 중심으로 6대를 퇴역(Phase out) 조처하기로 했다. A330 특별 점검도 진행 중이다. 또 노후 기체인 B777 6대도 차례대로 퇴역시키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노후 기체를 대신해 2028년까지 총 90대의 신형 기체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3년 항공기 현대화 예산으로 1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2173억원을 노후 B737-800을 B737-8로 교체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앞서 보잉과 B737-8 40기 도입계약과 10기 옵션계약을 체결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약 1100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1800억원을 항공기와 기자재에 투입할 예정이다.

모든 항공사가 기체를 단기간에 교체하기는 어렵다. 일단 임차(Lease·리스)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계약 문제가 걸려있다. 국적항공사 보유 370대 가운데 280대(75.7%)가 리스 기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코로나19 기간 적자가 이어지면서 유동성도 부족한 상황이다. LCC 관계자는 “아직 여객 승무원 중 30% 이상이 휴직 상태”라며 “환율 부담 등으로 노선을 정상화하기도 힘들어 기체를 교체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국적항공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모아 안전 대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요에 맞춰 항공 운항편이 앞으로 더 늘어나는 만큼 노후 기체 교체를 비롯한 중장기 경영계획을 점검·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