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탄소 저감 정책이 강화되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친환경 신사업 확대에 나섰다. 석유화학 계열사인 현대케미칼과 함께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을 본격화한 현대오일뱅크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100%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또 바이오플라스틱 사업에도 진출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011170)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은 3조원 이상을 투자해 HPC공장을 준공, 올해 상반기부터 상업 가동에 돌입했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대산공장 내 66만㎡(약 20만평) 부지에 건설된 이 공장은 연간 에틸렌 85만톤(t), 프로필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케미칼 HPC공장./현대오일뱅크 제공

현대오일뱅크는 HPC공장의 생산력을 토대로 미래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HPC공장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태양광 패널 소재 에틸렌초산비닐(EVA)을 연간 30만t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단일 라인 기준으로 국내 최대 생산 규모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HPC공장을 활용해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롯데케미칼, LG생활건강(051900)과 함께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지난 17일 체결했다. 3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100%(질량밸런스 기준. 원료의 투입량에 따라 전체 생산 제품의 일부를 그 원료만으로 생산됐다고 보는 방식) 활용해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선 LG생활건강 화장품을 담는 친환경 용기를 양산하고, 향후 세제 용기, 생활용품 용기 등으로도 제품군을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폐비닐 등의 폐플라스틱을 무산소 조건에서 가열해 만든 원유 성상의 기름으로, 폐플라스틱을 소각하지 않고 다시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다. 이번 협약을 통해 현대케미칼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기존 공정의 원료로 도입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케미칼은 현재 보유 중인 정유·석유화학 공정을 활용해 연간 최대 3만t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처리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다. 향후 10만t 규모로 설비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이어 롯데케미칼은 현대케미칼이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을 제품 특성에 맞게 최적화하고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제품군을 개발하는 역할을, LG생활건강은 친환경 플라스틱을 납품 받아 친환경 용기를 양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플라스틱 사업 로드맵을 설정하고 제품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식물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만드는 플라스틱을 일컫는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월 미국 대니머 사이언티픽사와 바이오플라스틱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개발, 마케팅, 제조 등에 협력을 약속했다. 바이오플라스틱을 적용한 신규 고부가 활용처를 개발하고 아시아권 수요 공동 대응, 생산설비 공동 투자 등 다양한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4년까지 국내 파일럿 공장을 가동하고, 2030년까지 상업 공장을 가동하고 시장 판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향후 기초 소재, 에너지 소재, 2차전지 소재, 바이오 소재 등 친환경 화학소재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