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취임 소식이 알려지자 삼성그룹 임직원 사이에서 신사업 투자와 대형 인수합병(M&A), 조직 문화 개선 등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회장 승진 이후 연말 특별 상여금이나 성과급 인상을 기대하는 직원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첫 일정으로 28일 오후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협력회사 ‘디케이’를 방문해 상생협력 경영에 나섰다. 협력회사를 가장 먼저 찾은 이 회장의 취임 첫 행보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을 잇는 ‘미래동행’ 철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활동으로 국가에 공헌한다는 사업보국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이념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지난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후 여러 계열사 사업장을 돌며 임직원들과 소통했다. 8월 19일 경기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 착공식 참석을 시작으로, 24일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30일 삼성SDS 잠실캠퍼스 등을 찾았다.
9월 1일에는 삼성인력개발원을 방문하고 이달 11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송도캠퍼스 제4 공장 준공식에 참여했다. 이 회장은 사업장 방문 때마다 구내식당을 찾아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직원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직원들과 ‘워킹맘의 일과 가정생활 양립’을 주제로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 회장은 간담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직원이 애국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내에서는 이 회장이 직원들의 여러 건의 사항을 경청했다는 점에서 조직 문화 개선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현재 삼성은 ▲모성보호 인력 전면 재택근무 ▲육아휴직 확대 ▲임신 휴직 및 난임 휴가제 실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인사 복지제도를 마련해 여성 직원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마련해 출산 후 복직 시 연착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기업 문화 정비에 큰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 회장 지시로 삼성 주요 계열사에서 회의 때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직원들은 회의 때 스마트폰을 아예 가져가지 않거나, 전원을 꺼둔다고 한다.
대형 투자나 M&A 등 이 회장의 부재로 추진하지 못했던 사업들이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창립기념일(11월 1일)에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해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대형 M&A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회장직을 달고 경영 전면에 나선 만큼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직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임직원들이 독일 등 유럽으로 대거 출장을 다녀오면서 현지 기업에 대한 M&A 전망이 계속 나온다”고 했다.
조만간 대규모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그룹은 지난 5월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용 규모는 8만명에 이른다. 기존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는 계획이 나올 수는 있어도 글로벌 경영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추가 투자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 회장이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오른 후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회장직에 올랐다고 급격한 변화를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특별 보너스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27일에는 계열사별로 특별선물과 특별 상여금을 지급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삼성은 특별 보너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 삼성 계열사 직원은 “이재용 회장이 전면에 나선 만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보너스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직원들 사이에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