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유통 업계가 지식재산권(IP)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콘텐츠 업계가 신규 IP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 기업들이 ‘90년대생’ IP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에 활용하면서 옛 IP가 콘텐츠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폰트(글꼴) 기업 산돌은 폰트 IP를 활용한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났다. 산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본 서체 ‘맑은 고딕’ 등을 제작한 회사다. 산돌은 1995년 ‘산돌 고딕’ 폰트를 처음 출시한 후 지속적으로 라인업을 확대해 왔다. 그러다 애플이 2011년부터 기존 ‘애플고딕’을 대체할 폰트로 산돌의 ‘산돌고딕Neo’ 시리즈를 채택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달 23~2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린 '포켓몬 고'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참가자들이 포켓몬을 잡고 있다. /나이언틱 제공

2014년에는 각각의 폰트를 기기에 설치하지 않고 곧바로 쓸 수 있도록 한 클라우드형 폰트 서비스 ‘산돌구름’을 오픈했고, 2018년 들어 타사 폰트를 입점시킨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환하면서 매출을 올렸다. 플랫폼에서 산돌고딕Neo는 사용률 1위를 이어가고 있고, 산돌의 90년대 스테디셀러 폰트였던 ‘격동’ 시리즈 4종도 플랫폼 내 상위 10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산돌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8년 새 8배로 뛰었다. 산돌이 제공한 3개년 평균 매출 성장률을 보면, 2013~2016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63%였으나 산돌구름이 개방형 플랫폼 서비스로 전환된 201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1.32%로 증가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29.2%다. 지난해 평균 월간활성이용자(MAU)도 전년 대비 111% 늘었다. 새 성장 동력을 찾은 산돌은 오는 27일 38년만에 코스닥에 상장한다.

그래픽=이은현

올해로 출시 26년이 된 더포켓몬컴퍼니의 ‘포켓몬스터’도 여전히 든든한 성장 동력이다. 올 1분기 포켓몬 캐릭터가 그려진 포장에 159종의 포켓몬 스티커가 무작위로 들어있는 ‘포켓몬빵’이 16년 만에 국내에 재출시되면서 전국에 품절대란이 일어났다. 연내 누적 판매량은 1억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켓몬빵 관련 라이선스 계약금이 포함된 포켓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34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16억원으로, 14억6000만원선이었던 전년보다 8배가량 늘었다. 포켓몬빵 이외에도 카드, 게임기 등 협업 상품 출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포켓몬스터의 대항마로 불리던 ‘디지몬 어드벤처’도 2001년, 2009년에 이어 182종의 스티커가 들어 있는 캐릭터빵을 재출시했다.

그래픽=이은현

더포켓몬컴퍼니가 미국의 AR(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사 ‘나이언틱(Niantic)’과 함께 개발해 2016년 출시한 AR 기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도 현재까지 누적 매출 60억달러(약 8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나이언틱은 지난달 말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사흘간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어 총 3만3000여명의 참가자가 27만7000㎞를 다니며 735만마리의 포켓몬을 잡았다. 인기에 힘입어 나이언틱의 기업가치는 4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기업들이 옛 IP에 차세대 기술을 적용하고 다양한 채널과 협업하면서 새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빠르게 반영한 것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