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스타트업과 일하는 이유는 메짜그룹(Metsä Group)을 더 지속가능하고 수익성이 좋은 회사로 만들어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주력 제품인 펄프(섬유·종이 원료)의 새로운 사용처를 만들거나 톱밥·껍질 등 (실용성이 거의 없던) 부산물에 새로운 가치를 입힐 수 있는 바이오, 순환 경제 기반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합니다.”

숲이 전체 면적의 75%를 덮고 있어 ‘숲의 나라’로도 불리는 핀란드. 10만명 산림 소유자의 협동조합 형태인 핀란드 최대 목재·제지회사 메짜그룹이 2018년 5월 만든 혁신 조직 ‘메짜스프링(MetsäSpring)’의 스타트업 투자 책임자 에릭 콜레흐마이넨(Erik Kolehmainen)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펄프나 목재, 판지, 티슈 등 기존 사업을 이어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새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자로 나선 것이다. 지난해 메짜그룹은 우리 돈으로 약 8조4000억원(60억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에릭 콜레흐마이넨 메짜그룹 기업벤처 담당 부사장. /에스푸(핀란드)=곽재순 PD

메짜그룹은 핀란드 ‘제2의 도시’ 탐페레에 있는 스타트업 관련 생태계 커뮤니티인 ‘트라이브 탐페레(Tribe Tampere)’가 선정한 ‘2021년 가장 스타트업 친화적인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콜레흐마이넨 부사장은 “스타트업은 좋은 아이디어가 많고 (조직이 작기 때문에) 민첩한데, 우리가 갖고 있는 각종 자원(돈·전문가)과 경험을 합치면 데모(시험) 제품을 빠르게 상업적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이들과 표면적인 협업을 넘어 진정한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한 것을 평가받은 것 같다”고 했다.

메짜스프링은 100% 방수 가능 목재를 만들어 욕실 세면대 시장을 공략 중인 우디오(Woodio), (핀란드 산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가문비나무 톱밥에서 추출한 물질을 화장품·식품·제약 분야에서 쓸 수 있는 성분으로 생산하려는 몬티누트라(Montinutra), 자작나무 껍질 분말을 화장품 산업에 적용하려는 이노모스트(Innomost) 같은 외부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목재 기반의 3차원(3D) 패키징 기술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하려는 내부 혁신 프로젝트(스타트업)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숲의 나라' 핀란드는 나라 전체 면적의 75%가 숲으로 덮여 있다. 메짜그룹은 여기에서 나는 목재부터 펄프(섬유·종이 원료), 판지, 티슈 등을 핵심으로 만드는 핀란드 대표 대기업이다. /메짜그룹

콜레흐마이넨 부사장은 “메짜그룹의 주 생산거점인 아네코스키를 비롯해 대부분의 공장이 수도 헬싱키 밖에 있다”며 “혁신이 나오는 대학·연구기관 역시 곳곳에 퍼져 있기 때문에 로컬(지역) 스타트업을 포함해 핀란드 전역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은 핀란드에 퍼져 있는 우리 공장 인근에 거점을 구축해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을 쉽게 활용할 수 있고, 장비나 계약 등 플랜트 건설에 대한 경험부터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지적재산권처럼 경영에 필요한 실질적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 지분 일부를 취득하고 이사회 일원으로 들어가기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콜레흐마이넨 부사장은 “메짜그룹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성장엔진이 꺼진) 대기업들이 스타트업과 협업을 모색하며 투자하는 것은 트렌드라 할 만큼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스타트업 친화적 기업’ 선정 에릭 콜레흐마이넨 부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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