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새로 건조하는 가격(신조선가)이 7주 연속 올랐다. LNG 운반선 신조선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앞서 발주했던 국적선사들은 결과적으로 1000억원 가까이 저렴하게 계약하게 됐다.
24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7만4000㎥급 LNG 운반선 신조선가는 이번주 평균 2억4700만달러(약 354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100만달러 상승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30%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1일 미국 지역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 1척당 2억50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LNG 운반선 신조선가가 2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육상 LNG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LNG 운반선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유럽 지역에서 LNG를 우선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LNG 운반선을 하루 빌리는 용선료가 이달 45만달러까지 기록하면서 연초보다 5배 가까이 뛴 것도 같은 맥락이다.
LNG 운반선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고 투자에 나섰던 팬오션(028670)과 대한해운(005880)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선박을 구매한 것이 됐다. 팬오션은 LNG 운반선 6척을, 대한해운은 LNG 운반선 4척과 벙커링(연료유 보급)선 1척을 발주한 상태다. 이들 선박은 평균 1억8500만달러 안팎에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가격과 비교하면 650만달러(약 930억원) 싸다.
팬오션 관계자는 “드라이 벌크(건화물) 중심에서 친환경 수요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선대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NG 운반선 가격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주요 조선소 독(Dock·선박 건조물량)은 LNG 운반선 건조 물량이 2026년치까지 거의 찼다. 노르웨이 에퀴노르, 영국 이네오스 등 주요 에너지기업들은 LNG 운반선을 새로 건조하기 어려워지자 2026년 인도 예정인 선박을 빌리기 위해 선주사들에 의향을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운업계에선 가격과 별개로 장기적으로 LNG 운반선 선대를 확장하는데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카타르가 내년에 LNG 운반선을 추가로 발주할 계획이어서 건조물량이 2027년까지 꽉 찰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선박을 새로 만들고 싶어도 5년 뒤에나 받을 수 있어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선사들이 선대를 늘려가기 어려워져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