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는 2019년 100대 발명품 중 하나로 이스라엘 스타트업 올캠(Orcam)의 ‘마이아이(MyEye)’를 선정했다. 마이아이는 ‘인공지능(AI) 시각보조기’다. 안경테에 부착하면 신문, 책, 메뉴판 등 사용자가 원하는 글자를 카메라가 인식한 뒤 설정된 언어로 읽어준다. 저시력자와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난독증을 앓는 사람들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올캠은 마이아이를 통해 기업가치 10억달러(1조원) 이상을 인정받은 이스라엘의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이르면 2023년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지난달 예루살렘 올캠 본사에서 만난 메니 간츠(Meny Gantz)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마이아이는 총 50개국에 진출해 있고 한국어 등 25개 언어를 지원한다”며 “마이아이의 도움이 필요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메니 간츠 CMO와의 일문일답.
-올캠이 마이아이 개발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시각 장애와 난독증,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으로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전 세계에 이런 인구가 수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글자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이아이다.”
-마이아이의 강점은 무엇인가.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이 적용돼 마이아이에 장착된 1300만 화소의 카메라가 이미지를 인식하면, AI가 문자만 식별해 읽어준다. 자석이 탑재돼 있어 안경테에 가볍게 부착할 수 있다. 무게도 22.5g으로 가벼워 장시간 사용해도 불편하지 않다.”
-글자만 읽을 수 있나.
“마이아이는 사람의 얼굴도 인식할 수 있다. 가령 내 앞에 남성이 서 있으면 ‘남성 1명이 서 있다’고 알려준다. 기기에 100명까지 얼굴을 등록할 수 있고, 이들이 감지되면 이름을 알려준다. 얼굴의 128개 포인트를 인식하기 때문에 안경을 벗거나 모자를 써도 누군지 알 수 있다. 아울러 지폐의 액면금액도 읽어주고, 상품의 바코드까지 인식할 수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 기기에 100만 가지 이상의 바코드 정보가 탑재돼 있어 바코드만 인식해도 어떤 제품인지 즉각 알려준다.”
-많은 정보를 이처럼 작은 기기에 담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가.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다. 그래서 사생활을 보호해줄 수 있고 외부 해킹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마이아이가 인식한 텍스트나 이미지는 기기에 저장되지 않는다. 법조인들처럼 민감한 서류를 읽어야 하는 사용자에게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메니 간츠 CMO는 인터뷰 도중 “직접 보는 게 빠르다”며 검지 크기의 마이아이를 주머니에서 꺼내 안경테에 부착했다. 그가 신문을 펼치고 마이아이의 옆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기사의 제목부터 본문까지 정확하게 읽어냈다. 딱딱한 기계 음성이 아닌 실제 사람이 읽어주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기기 옆을 두드리는 것 외에도 ‘Read(읽어)’라는 명령어를 통해 마이아이를 작동시킬 수 있다고 한다.
마이아이에는 일명 ‘스마트 리딩(Smart Reading)’ 기능도 탑재돼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부분만 읽어줄 수도 있다. 이번에는 파티 초대장을 들어 올리고 “장소와 시간을 알려달라”고 말하자, 잠시 뒤 마이아이가 정확하게 초대장에 적힌 장소와 시간만 골라내 읽어줬다.
마이아이의 가격은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5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보조공학기기 지원 사업을 통해 신청자에 한해 구매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몇 개 언어가 사용이 가능한가.
“한국어를 포함해 총 25개 언어를 지원한다. 기본 언어인 영어를 포함해 단말기당 5~6개 언어를 추가할 수 있다. 한국에는 2018년에 진출했고, 수백 명의 한국인이 마이아이를 사용하고 있다.”
-25개 언어를 지원하면 통역도 가능할 것 같은데.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마이아이를 개발한 목적은 읽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시각 보조 기능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나.
“마이아이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주변의 이목을 끌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각장애인들은 ‘사람들의 불필요한 이목을 끌지 않는 것’을 공통적으로 요구했다. 마이아이를 무선으로 설계해 거추장스러운 배터리 연결선을 없앤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글자를 읽는 소리도 사용자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줄일 수 있다.
사용자가 신문을 거꾸로 들고 있다면, 마이아이가 ‘위아래를 뒤집어 달라’고 알려준다. 기술적으로 거꾸로 된 문자를 읽는 게 어렵지 않은데도 이러한 기능을 추가한 것은 사용자가 사람들의 불필요한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서다. 만약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거꾸로 뒤집힌 신문을 읽고 있다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올캠의 기술을 적용한 다른 제품도 있나.
“마이아이뿐 아니라 ‘올캠 리드(Read)’와 ‘올캠 런(Learn)’이란 제품도 출시했다. 올캠 리드는 펜처럼 손에 들고 문자를 인식할 수 있는 독서 보조기고, 올캠 런은 어린이와 난독증 환자들이 글자를 올바르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 학습 보조기다. 올캠 런은 스마트폰과도 연동돼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량을 체크할 수 있다. 영국 일부 학교에선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올캠 런을 시범 도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