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NAVER(035420)) 스마트스토어를 활발하게 운영 중인 영세·중소 사업자 3명 중 2명이 꼭 보는 데이터가 있다. 2019년 3월부터 아이템스카우트(법인명 문리버)가 내놓고 있는 온라인 마켓 셀러(판매자)를 위한 전문 데이터 분석 솔루션이다. 아이템스카우트는 현재 시장에서 판매 중인 상품 수와 검색 수를 분석해 ‘팔릴 만한’ 아이템 선정을 돕는다. 또 구매로 연결되도록 키워드를 추천해주고 경쟁 상품의 키워드·가격·리뷰 등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무료로 볼 수 있는 데이터가 있고 월 1만2700원(초보 셀러용)이면 주요 지표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월 활성 이용자 수가 12만명(9월 말 기준)에 달한다. 전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셀러(49만명) 가운데 활성 이용자가 18만~19만명으로 추정되는 걸 고려하면 3분의 2정도가 사용 중이다.
아이템스카우트는 서비스 출시 3개월 만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카카오(035720)벤처스, 스파크랩스, DSC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자로부터도 시리즈 A 투자(총 19억원)도 받았다.
아이템스카우트는 셀러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서비스 외에 최근 콤부차를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직접 내놓으며 소비자용(B2C)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최경준 아이템스카우트 대표는 “쿠팡이나 LG생활건강(051900) 같은 커머스(상거래) 회사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커머스 금융회사가 돼서 장기적으론 투자 상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B2B용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내놓다가 PB 상품까지 출시했다.
“쿠팡이 비슷한 걸 하고 있다. 쿠팡은 뭐가 잘나가는지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시중에서 10만원에 팔리고 있는 브랜드 상품을 2만원짜리 PB 상품으로 내놓고 소위 ‘대박’을 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이 이미 ‘아마존 텐트’, ‘아마존 배터리’ 식으로 선보였던 모델이다. PB 상품을 하는 이유는 마진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품 전문가가 아니다. PB를 내놨다고 해서 LG생활건강(051900)이나 프록터&갬블(P&G)처럼 되는 게 목표가 아니다. 데이터의 부산물이 PB 상품인 만큼 ‘제품이 잘 팔릴 경우 아이템스카우트 데이터가 믿을 만하다’는 걸 검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 예측을 통해 될 만한 섹터(업종), 상품 등에 우리 자본이 아닌 투자자 자금을 모아 큰돈으로 투자 상품을 운용해볼 수 있다. 데이터 기반의 커머스 금융회사가 최종 목표다.”
-데이터 회사가 금융 회사로 방향을 잡은 것이 인상적인데.
“글로벌 부동산 사모펀드 매니저로 일했었다. 뉴욕, 런던,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최상급(프라임) 오피스 빌딩을 검토해 매입하는 프로젝트였다. 몇 조원에 달하는 펀드가 쓰는 비용은 결국 연기금 돈을 받아다가 하는 것이었다. 서민들 돈인데, 따박따박 나오는 월세는 펀드가, 매니저들은 큰 차익이 났을 경우 보너스를 두둑이 챙긴다.
블록체인이라는 게 세상에 나왔을 때 우리 부모님도 이런 건물에 조각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아이템스카우트 이전에 암호화폐 거래소인 ‘지닉스’를 창업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블록체인은 국경을 넘는 금융거래를 할 때도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금융상품의 문제점인) 유동성을 담보해준다. 금융투자에 관한 많은 것들이 블록체인으로 넘어갈 것이다. 데이터를 통한 트렌드 예측으로 가장 쉽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투자다. 상품을 만들어 데이터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조금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PB 아이템으로 왜 콤부차를 선택했나.
“2017년 7월 1일부터 2022년 7월 31일까지 5년간 우리가 자체 개발한 지표인 정규성장강도(해당 키워드와 연관 키워드를 지수화해 이에 대한 수요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콤부차를 보면, 매년 9월마다 수요 저점이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이어트 테마 상품이어서 여름 전에 바짝 소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9월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고점 근처에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선 콤부차가 건강하게 탄산제품을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미 조 단위로 성장했다. 가격별 상품 분포도를 보면, 통상 시장이 성숙할수록 매출이 많이 나는 가격대가 오른쪽으로 간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 돈을 더 주더라도 프리미엄 제품을 사는 시장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콤부차는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역시 오른쪽으로 갈 것이다. 그래서 시장 대비 1.2~1.3배 정도 되는 가격대에서 기능을 추가한 콤부차를 내놓는 식으로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건강기능식품이란 카테고리가 스타트업이 차근차근 검증해나가며 키워나가기에도 투자·재고 부담이 없는 점도 작용했다.”
-콤부차 외에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인 키워드가 있었다면 소개해 달라.
“코로나19 기간에 수요가 완만했던 ‘보조 배터리’ 수요가 갑자기 확 늘었다. 집에 있을 땐 사용할 데가 많지만, 엔데믹(풍토병화)이 되면서 사람들이 밖에 나가기 시작하자 전방산업이라 할 수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 전자담배, 전자책, 선풍기 등 충전이 필요한 소형 가전 수요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앉아서 근무하는 시간이 길었던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보이는 ‘허리 디스크’ 검색이 늘어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집중호우 등으로 습도가 높아지고 동남아시아처럼 바뀌게 된 날씨의 영향으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원년이 된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는 어디에서 수집하나.
“80~90%는 네이버 셀러들의 데이터다. 쿠팡이나 지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등의 공개된 데이터도 갖고 있다. 최근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도 커머스 장이 되고 있다. 이쪽으로도 데이터 수집 범위를 확대하려고 한다. 또 최근 나이키를 필두로 자사 몰을 키우고 온라인 매출을 내는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데이터도 가져오는 게 목표다. 많은 기업을 우리 데이터 풀(pool) 안에 넣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을 도입해 자사 데이터 유출은 막으면서 전체 업계 빅데이터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보상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