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병행하겠다며 추진한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해상풍력과 육상태양광은 중국계 자본에 잠식당할 상황이고 수상태양광은 사업자 선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수상태양광은 당초 올해 완공이 목표였다.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급하게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 사업자도 못 꾸린 수상태양광… 대주주 한수원은 “자금 투입 없다”
1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새만금개발청은 1.2GW(기가와트) 규모의 수상태양광 1단계 사업에 참여할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됐지만 최종 협상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 전북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등 5개 기관·지자체와 4개 민간 사업자 등 총 9개 사업자로 구성된다. 이중 확정된 민간 사업자는 SK E&S 뿐이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10월에 발표한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에 따라 시작됐다. 여의도의 10배 면적에 해당하는 약 30㎢ 부지에 원전 2기 규모인 2.1GW 용량의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 규모는 4조6200억원으로, 당초 올해까지 1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2단계(0.9GW) 사업에 착수했어야 했다. 그러나 1단계 사업의 경우 태양광 패널 설치는 물론 태양광 발전 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015760)에 공급하는 송·변전 설비 공사 역시 시작이 요원한 상황이다.
새만금청 안팎에서는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한국수력원자력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은 특수목적법인(SPC) 새만금솔라파워의 지분 81%를 갖고 있어 사실상 해당 사업의 주체로 꼽힌다. 한수원은 9개 사업자가 모두 모여 ‘공용시설 분담비용’에 대한 협약을 맺어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며 새만금청의 사업자 선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다섯 차례 유찰 끝에 한화건설을 사업자로 선정한 송·변전 설비 공사 마찬가지다.
새만금청은 이미 사업자 대부분이 확정된 만큼 한수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사업 시작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3개 민간 사업자의 빈자리를 한수원 주도하에 나머지 사업자들이 일단 채우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한수원의 추가 출자가 필요하지만, 한수원 측은 “주어진 의무는 다했으니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릴 계획”이라며 “자금을 더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에너지 업계는 탈원전 여파로 한수원의 재무 상태가 불안해지면서 사업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적자를 내진 않았지만,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40%가량 감소하면서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됐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이 추가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만금 사업에 선을 긋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한수원에도 좋지 않다. 한수원의 새만금솔라파워 지분가치는 상반기 말 기준 236억9200만원으로, 전년 말 대비 2억4700만원 감소했다. 사업 지연으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다보니 자본금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 해상풍력·육상태양광, 중국계 자본에 잠식… “졸속 추진 결과물”
수상태양광 사업 외에도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은 전반적으로 부실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새만금에 총 3GW 용량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는데, 이중 새만금청 주관 사업(2.6GW)에서 현재까지 완공된 곳은 육상태양광(0.3GW)에 불과하다. 해상풍력(0.1GW)의 경우 인허가가 추진 중이고 0.1GW 규모의 연료전지 사업은 추진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새만금 방조제 안쪽의 해상풍력 사업은 중국계 자본으로 넘어갈 상황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준공 후 발전을 시작하면 향후 25년간 1조2000억원 수입이 예상되는 사업이다.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사업권을 가진 전북대 교수는 자본금 대비 7200배의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유일하게 완공된 육상태양광 발전 사업 역시 중국계 기업이 상당 부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 역시 향후 20년간 5400억원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다.
새만금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업을 급하게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는 정부 지원 없이 민간 자본 10조원을 유치해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정책 리스크가 큰 재생에너지 사업에 민간 기업이 선뜻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재생에너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철저한 검증과 계산도 없이 대규모 사업을 밀어붙인 결과가 드디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