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차 개발자난은 요즘 혹한기라고 하는 스타트업 사정과 무관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공급)이 개발자(수요)보다 많다 보니 개발자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옵션)가 많은 편입니다."

영국계 전문가 채용 컨설팅(헤드헌팅) 기업 로버트월터스의 한국지사인 로버트월터스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최준원 지사장은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 본사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로버트월터스코리아는 2010년 설립됐다. 최 지사장은 2014년 합류해 주로 석유화학·건설·해외 운송 등 전문 인력 채용을 담당하다가 2020년 8월 로버트월터스 최초로 현지 출신 지사장으로 발탁됐다. 로버트월터스코리아는 한국에 진출하는 다국적 기업의 전문인력 채용뿐 아니라 빠르게 성장 중인 테크 스타트업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전체 고객사 10곳 중 4곳은 스타트업이다.

그는 "열댓명 정도로 시작한 초기 스타트업이 수백명 단위로 성장할 땐 5~7년차 중견급 경력직 채용을 많이 한다"면서 "서비스 이용자가 급격히 느는 상황에서 여러 기능을 추가해야 해 전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년차 이상의 경우 비교적 보수적인 환경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스타트업 특유의 애자일(Agile·민첩함)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고객사(스타트업)가 구체적으로 5~7년차를 뽑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중구 미래에셋센터원 21층에 있는 로버트월터스코리아 본사에서 최 지사장이 MZ세대의 이직 트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버트월터스코리아 제공

-글로벌 유동성이 줄면서 스타트업이 자금 운용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력직 채용 열기는 여전한가.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채용이 얼어붙고 있진 않다. 물론 어떤 스타트업은 자금 사정으로 문을 닫게 되면서 직원들의 갈 자리를 알아봐달라고 한다. 하지만 (사업 실패 확률이 큰) 스타트업계에서 이런 일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최근 달라진 트렌드를 꼽자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과거 스타트업은 조직을 키우는 과정에서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 출신 팀 전체를 우르르 데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수십명씩 움직이던 것이 최근엔 '소확채(소규모 확실한 채용)'로 바뀌고 있다. 적게 뽑더라도 견고한 채용 절차를 통해 길게 갈 인재를 뽑자는 거다.

또 하나는 이를 위해 매우 짧고 공격적인 전략을 쓴다는 점이다. 시리즈C 단계의 한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사는 2주 안에 서류 검토부터 이직 제의까지 마쳤고, 이후 면접 등 각 절차에도 이틀씩만 소요했다. 연봉 또한 기존 대비 40% 인상을 제시했다. 다수의 네카라쿠배당토 출신 시니어 개발자가 빠르게 넘어간 사례 중 하나였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채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나.

"그간 구직자들 사이에서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불안 요소가 많았다. 네임 밸류가 떨어지고, 당장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미덥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이 업계보다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시했다.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스타트업으로 간다는 것에 대한 인식 변화가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개발자를 비롯한 인재난이 지속되고 있어 최근에는 업계를 바꿔 이직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 테크기업은 매우 이례적으로 헬스케어 업계에서 영업 인력을 채용하기도 했다."

-이직 시장에서 몸값이 높은 경력직이 20~30대로 소위 'MZ세대'들이다.

"MZ세대는 사명감보다는 실리를 우선시한다. '회사가 나에게 얼마나 성장의 기회를 줄 수 있는지'가 회사에 머물지, 이직할지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된다. 여기에 주 수입원이 다양화되면서 이런 사상에 기름을 붓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주 수입원이 근로소득뿐이었다면, 지금은 자영업, 투자, 부동산, 블록체인, 비트코인, 유튜브, 배달 등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수입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월급이 전부였다면, 이직이 두려울 수 있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MZ세대가 이직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이직 권유를 하면 후보자들이 '여기서 2~3년은 채우고 싶다'며 거절을 많이 했다. 요즘은 재직 기간과 무관하게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본다. 예를 들어 이직 제안을 하는 회사에서 어떤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있다면, 현재 어느 개발 단계에 와 있는지 묻고, 자신이 해보지 않았다면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선다."

-더 높은 연봉을 찾아 이직하는 경우도 많은데.

"순간의 높은 연봉 때문에 이직하거나 상사와의 불편함 때문에 경솔하게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 MZ세대들의 면역이 약한 부분도 없지 않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어떤 모습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지 철학을 갖는 게 중요하다.

지금 5~8년차인데, 최종 목표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되는 것이라고 해보자. 지금은 개인적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것보다 매니저로 넘어가는 게 필요하다. 사람을 관리해보고 경영진과도 활발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할 수 있다.

다만 이를 하기엔 다른 리더들보다 연차가 낮을 수 있다. 이땐 너무 큰 조직보단, 작은 초기 스타트업으로 가서 시니어 개발자, 리드를 거쳐 CTO의 길로 갈 수 있다. 시기에 맞는 커리어 계획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인재 뽑기만큼 지키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기업이 면접을 볼 때 80%는 지원자의 업무 능력을 검증하는 데 쓴다. 오히려 그 80%를 그들이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지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업무 능력은 어떤 회사에서 어떤 직무를 했는지 이력서만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의 입사 동기와 배경을 알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에 어울리는 적합한 동기가 있는 인재를 뽑을 수 있다.

채용 과정만큼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하다. 업무 지시가 대표적이다. 직원들은 일방적인 '묻지 마 지시'가 아닌, 이 업무가 왜 중요한지, 왜 내가 이걸 맡아야 하는지 알기를 원한다. 그래야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인재들은 조직에서 나간다.

회사가 직원들의 커리어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회사에서 승진의 기회가 보이지 않거나, 반대로 회사에서 뭘 하고자 하는지 스스로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때 선배들이 커리어 고충을 듣고 의견을 주는 '커리어 데이' 같은 걸 운영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