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마니아층에 국한됐던 키덜트(kidult·장난감 선호 등 어린이 취향 가진 성인) 시장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골치 아픈 현실을 피해 동심(童心)의 공간에서 안식과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성인이 늘면서다. 새롭고 독특한 걸 추구하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키덜트 시장 유입도 한몫했다. 이른바 ‘MZ 키덜트’다. 키덜트 시장의 성장은 완구 등 전통적으로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산업뿐 아니라 가전, 명품, 식품 등 성인들이 소비하는 제품을 만드는 산업에도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다. ‘이코노미조선’이 새로운 소비자군으로 떠오른 키덜트를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한창완 세종대 창의소프트학부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 교수. 서강대 신문방송학 학·석·박사, 현 세종대 융합콘텐츠산업연구소 소장, 현 한국캐릭터학회 회장,현 문화체육관광부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 부위원장 / 한창완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키덜트(kidult·장난감 선호 등 어린이 취향 가진 성인) 문화를 이끌고 있다.” 9월 14일 세종대 캠퍼스에서 만난 한창완 세종대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 교수는 “MZ 세대는 피규어 등 키덜트 제품을 구매하며 즐기고,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며 즐기고, 되팔며 즐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세종대 융합콘텐츠산업연구소 소장, 한국캐릭터학회 회장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MZ 세대를 키덜트라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물론 MZ 세대에서 10대는 빼자. MZ 세대 중 캐릭터 인형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내 생각에는 없을 것 같다. MZ 세대는 독특한 걸 원한다.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하는 것보다는 자기만의 취미를 찾는다.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게 그중 하나이고, 이들을 ‘MZ 키덜트’라고 하자.”

MZ 키덜트의 특징은.

“과거 키덜트 중에는 캐릭터 피규어 등의 상품을 소비하고 집에서 혼자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MZ 키덜트는 단순히 상품을 소비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한정판 스파이더맨 피규어를 샀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몇 시간 줄을 서서 이 피규어를 구매했다. 그리고 어렵게 피규어를 산 스토리와 함께 피규어를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그러면서 세계에 몇 개 없는 피규어라고 자랑한다. 그런데 이런 자랑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다. 그들만의 팬덤이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피규어를 당근마켓 등 플랫폼을 통해 웃돈을 얹어 팔기도 한다. 과거 키덜트가 단순 소비형이었다면, 지금은 비즈니스형 키덜트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집에서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닌, 온·오프라인을 활용해 다른 사람과 즐기고 공유하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독특한 취미라면 다른 것도 많은데, 왜 키덜트 문화일까.

“실망과 과시, 성취감, 자기만족 등의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다. 현재 한국에서 20~30대 젊은층 중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은 이런 현실에 실망한다. 그러나 바로 옆으로 눈을 돌리면 키덜트 상품을 몇만원에 살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호감도 얻을 수 있다. 나는 이를 가난하지만 부유함을 느끼면서 과시할 수 있다는 의미로 ‘부유한 가난’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보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키덜트 문화는 영화·애니메이션에서 시작된다.”

MZ 키덜트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순히 피규어 등 키덜트 상품을 구매하는 것만 보면 안 된다. 그들은 음식점에 갈 때도 피규어 등 다양한 캐릭터로 꾸며진 곳을 찾는다. 음식 맛이 다른 곳과 비슷하다면 보다 ‘힙’한 곳에 가는 것이다. 사람 크기만 한 아이언맨이 있는 독특한 커피숍과 일반적인 커피숍 중 어디를 선택하냐고 묻는다면 전자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의류 매장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해 상품을 판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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