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마니아층에 국한됐던 키덜트(kidult·장난감 선호 등 어린이 취향 가진 성인) 시장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골치 아픈 현실을 피해 동심(童心)의 공간에서 안식과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성인이 늘면서다. 새롭고 독특한 걸 추구하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키덜트 시장 유입도 한몫했다. 이른바 ‘MZ 키덜트’다. 키덜트 시장의 성장은 완구 등 전통적으로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산업뿐 아니라 가전, 명품, 식품 등 성인들이 소비하는 제품을 만드는 산업에도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다. ‘이코노미조선’이 새로운 소비자군으로 떠오른 키덜트를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키덜트(kidult·장난감 선호 등 어린이 취향 가진 성인) 세계 ‘띵고’로 놀러 오세요.”
띵고는 피규어, 로봇, 캐릭터 굿즈(기획 상품) 등 키덜트족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 및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하현호 틴고랜드 대표가 2018년 11월 회사 설립 후 이듬해 7월 선보였다. 띵고 전에는 국내에 다양한 키덜트 상품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플랫폼이 없었다. 현재 띵고에서 판매하는 키덜트 상품은 100만 종이 넘는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스타워즈’ ‘해리포터’ ‘귀멸의 칼날’ ‘포켓몬스터(포켓몬)’ 등 영화 및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피규어와 로봇 그리고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등 다양하다. 띵고의 월간 순 방문자 수는 2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 8월 거래액은 4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방문자와 거래액 모두 작년 월평균과 비교해 네 배가량 증가했다.
하현호 대표를 9월 14일 서울 잠실동 틴고랜드 본사에서 만났다. 하 대표는 “키덜트 상품이 과거 영화·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 중심에서 그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열쇠고리, 머그잔 등의 굿즈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당신도 키덜트족”이라며 “키덜트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층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틴고랜드는 창업 후 현재까지 무신사, 스톤브릿지, 스트롱벤처스, 스파크랩 등으로부터 26억원을 투자받았다.
키덜트 쇼핑 플랫폼 ‘띵고’를 만든 배경은.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을 좋아했다. 대학 졸업 후 국내 대형 완구 업체에서 브랜딩 담당으로 4년간 일했고, 키덜트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캐릭터 피규어 등을 판매하는 업체를 만나면 매년 해외 발주 물량을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소비자가 여러 온라인 채널을 돌아다니며 키덜트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키덜트 상품을 한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굉장히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띵고를 만들었다. 내가 키덜트인 만큼 키덜트 입장에서 생각했다.”
최근 어떤 제품이 인기가 많나.
“몬스터볼 열쇠고리, 세일러문 파우치다. 보통 키덜트 상품이라고 하면 아이언맨 등 히어로 캐릭터 피규어를 많이 생각하는데, 키덜트 상품은 굉장히 다양하다. 영화 ‘해리포터’에 나온 마법 지팡이 형태의 볼펜, 지도를 바탕으로 만든 노트도 인기가 많았다. 피규어에서 팬시, 소품 등 굿즈로 더욱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히어로 피규어는 여전히 찾는 사람들이 많다. 띵고는 이런 다양한 키덜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키덜트 시장 변화가 있다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키덜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키덜트 상품은 기본적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나온 캐릭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 영화 개봉으로 인한 히어로 피규어가 키덜트 시장을 지배했었다. 지금은 OTT로 키덜트 시장을 이끄는 채널이 바뀌었다. 지난해 귀멸의 칼날과 해리포터가 각각 넷플릭스, 왓챠에서 공개됐는데, 그 직후 귀멸의 칼날과 해리포터 피규어 및 굿즈 판매가 증가했다. 올해 1월 짱구 전 시리즈가 넷플릭스에 방영된 후에는 짱구 캐릭터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띵고의 핵심 경쟁력은.
“큐레이션, 맞춤형 서비스다. 우리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한다. 우선 띵고 회원 가입 시 관심 카테고리를 선택하게 하고 고객 성향을 파악한다. 이후 고객은 띵고를 구경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상품을 찜할 수 있다. 이를 우리는 ‘띵(상품을 찜하는 것)’이라고 하고, 띵고 플랫폼에 띵 기능을 넣었다. 띵고란 이름도 ‘띵하고 사러 가자(Go)’에서 따왔다. 고객이 ‘띵’을 하면 그들의 관심 상품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고, 구매까지 한다면 완벽한 데이터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고객의 선호 캐릭터, 선호 상품 유형, 소비 상품 금액 등을 파악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띵고를 운영한 지 3년이 지났는데, 고객 변화가 있나.
“여성 고객 증가다. 10대, 20대, 30대 여성이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띵고 고객 조사를 했는데, 가장 많은 고객층은 20대 남성이었다. 여기까지는 과거와 크게 다른 게 없다. 중요한 건 그다음 결과다. 2위 고객층이 20대 여성이었고, 3위가 30대 남성, 4위가 10대 여성, 5위가 30대 여성이었다. 20~30대 남성은 기본적으로 키덜트의 주요 고객층이다. 그런데 여성으로 고객층이 확장되고 있다. 20대 여성의 경우 캐릭터가 들어간 귀여운 굿즈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30대 여성 고객에게 키덜트 상품 구매 이유를 물었는데, 그들은 ‘나를 위한 소비’ ‘내 아이를 위한 소비’라고 답했다. 키덜트 소비가 어른이 동심(童心)을 사는 것에서 나아가 내 아이와 함께 즐기는 소비, 문화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대 여성 증가는 BTS 인기로 인한 BTS 피규어와 굿즈 판매가 한몫했다.”
남성과 여성 키덜트의 성향이 다른가.
“그렇다. 남성은 어릴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어릴 때 봤던 만화 영화 등을 추억하며 키덜트 상품을 소비한다. 초등학생 때 봤던 만화 속 로봇 캐릭터를 남성들이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다. 반면 여성은 남성보다 합리적인 구매를 한다. 예쁘고 귀여운 상품을 좋아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피규어 등으로 책상을 꾸미는 데스크테리어(책상+인테리어) 등 키덜트 상품 구매 목적이 있다. 캐릭터를 활용한 파우치, 노트, 앞치마 등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갖고 싶어서 구매하는 남성과는 다르다.”
고객 데이터 분석은 물론 시장을 읽는 눈도 중요할 것 같다.
“소비 데이터만으로 키덜트 시장과 고객을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MD(상품기획자)의 ‘감’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MD들은 꽤 오랫동안 키덜트 상품을 좋아하고 소비하던 사람들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MD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찾고 판매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최근 띵고에서 2001년 인기를 끌었던 전자 애완동물 캐릭터 육성 게임기 다마고치를 판매했었다. 다른 오픈마켓에서 판매하고 있었지만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던 제품이다. 그러나 띵고에서 판매하자 1000개 제품이 8일 만에 완판됐다. 고객 데이터 분석과 함께 키덜트 시장을 읽을 수 있는 눈과 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띵고의 핵심 경쟁력이다.”
앞으로 계획은.
“한국의 콘텐츠와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키덜트 상품을 해외에 판매할 계획이다. 띵고에 BTS 피규어와 굿즈를 사려는 해외 고객이 꽤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을 때는 오징어 게임 관련 캐릭터 상품을 찾는 해외 고객이 많았는데, 공식 라이선스 제품이 없어 판매하지 못했다. 현재 국내 키덜트족 대부분이 미국 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고 수집한다. 우리는 이런 미국, 일본 중심의 키덜트 문화를 한국 중심으로 바꾸고 싶다.
이를 위해 한국 키덜트 상품을 해외 고객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스파이더맨 등 이미 키덜트 시장에서 자리 잡은 유명 캐릭터이지만, 해외에 없는 국내에서만 생산하는 피규어 및 굿즈와 국내 영화, 드라마 속 캐릭터와 국내 뮤지션을 활용한 아트 토이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투자사이면서 파트너십을 맺은 무신사와 올해 10월 동남아시아에 진출할 예정이다. 현재 무신사는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의류 중심의 글로벌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선 이 플랫폼에 띵고의 키덜트 상품을 넣어 판매할 것이다. 올해 안으로 북미와 일본 지역에도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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