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들이 줄폐업 위기에 놓인 가운데, 지난달 스타트업 투자금이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난해 대비 투자금이 줄었어도 투자 건수는 증가한 달이 많았는데 지난달엔 투자 건수마저 대폭 줄었다. 혹한기 속에서도 자율주행과 유아교육, 커머스 분야는 투자가 늘었다.

5일 스타트업 투자정보 업체 ‘더 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지난달에 총 97개 기업이 3832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4500억원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한 메가존클라우드는 중견기업 메가존의 자회사여서 스타트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통계에서 빠졌는데, 이를 포함하더라도 지난달 투자금은 올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 달 만에 투자 건수는 61건(39%) 줄었고 투자금은 1조원 이상(73%) 감소했다.

그래픽=손민균

올 들어 8월까지는 월 평균 163개 기업이 1조3880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투자금은 54% 줄었지만 투자 건수는 9%가량 늘어, 초기 기업에 대한 소액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올해 9월엔 전년 대비 투자금이 67% 줄고 투자 건수도 36% 줄었다.

지난해 9월엔 웹소설 연재 플랫폼 문피아가 1932억원에 네이버(NAVER(035420))에 인수되고 두나무가 1000억원을 투자받는 등 500억원대 이상의 거액 투자가 5건 있었지만, 올해엔 최대 투자 규모가 400억원을 채 넘기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효과일 수 있겠으나 올해 2분기 이후 나타난 투자 감소가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며 “기업가치가 낮아진 틈을 타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벤처캐피탈(VC)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년 하반기까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내후년까지 투자를 미루겠다는 곳도 여러 곳”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세계 벤처투자 규모는 올해 들어 매분기 20% 넘게 급감하며 최근 10년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특히 지난 2분기에 1000억원대 이상의 라운드 투자는 전 분기 대비 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자율주행, 유아 돌봄·교육, 커머스 분야 스타트업은 세자릿수 투자금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서울로보틱스는 35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받으며 월간 최대 투자금을 받았고, 이미징 레이더 설루션 스타트업 비트센싱도 140억원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유아 돌봄·교육 분야에서는 째깍악어와 그로비교육은 각각 160억, 150억원의 시리즈 투자를 받았다. 커머스 분야에서도 블랭크, 레브잇, 메디쿼터스가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데일리샷도 9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