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비즈니스 전문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의 이기영 공동대표는 사업철학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IP(지식재산권)가 인기를 끌면 그만큼 창작자도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창작자가 ‘대박 IP’를 만들어 성공시켜도 그로 인한 부가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지는 또다른 영역의 문제이다. 쉽게 말해, 인기가 많아도 돈이 안 벌릴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IT(정보기술)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기영 비마이프렌즈 공동대표. /비마이프렌즈 제공

비마이프렌즈는 창작자에게 ‘올인원’ 팬덤 비즈니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하이브(352820)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 개발자들이 회사를 나와 설립했다. 배상훈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김준기 최고기술경영자(CTO)가 창업했고, 올해 서우석 전 위버스컴퍼니 대표 겸 하이브 기술고문과 함께 이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로 합류했다. 든든한 인적 구성 덕에 설립 1년 만에 CJ(001040)로부터 224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총 33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력을 소개해달라.

SK텔레콤(017670) 재직 시절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했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 스타트업들에 주로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다가 드림어스컴퍼니라는 자회사의 대표를 맡아 직접 음원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었다. 팀원들과 ‘플로(FLO)’라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기획해 만들었는데, 국내 이용자들이 팬덤 기반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경향성을 반영해 실시간 음원차트가 아니라 이용자 관심도를 기반으로 했다. 이를 테면 이용자가 팔로우하는 아티스트가 자주 듣는 음악을 선곡해주는 식이다. 이후에는 ‘오디오 크리에이터’로 사업을 확장해 누구든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왜 팬덤 비즈니스에 주목했나.

“플로 사업이 팬덤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콘텐츠 산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팬덤 비즈니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안 됐다. 또,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매우 보편적인 감정 아닌가. 그 말은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이 산업을 어떻게 고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다소 추상적이었지만, IT를 통해 이를 구체화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파고들게 됐다.”

-비마이프렌즈에 합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창작자들의 고충을 해결할 IT 설루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창작자들의 가장 큰 고충은 수익이다. 내가 이 콘텐츠를 제작해서 얼마를 벌 수 있고, 얼마를 다시 재투자할 수 있는지 예측이 안 되는 것이다. 개인 창작자뿐만 아니라 대형 콘텐츠 기업조차도 이런 흥행 리스크에 출렁이곤 한다. 특히 작은 창작자일수록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따라 매출이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런데 창작자들이 돈을 벌어야 플랫폼도 유지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수익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IT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에 날카롭게 집중하는 회사가 비마이프렌즈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투자 측면에서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40억원가량 투자를 진행했다. 이후에는 투자사를 지원할 목적으로 같이 사업 고민을 나누다, 직접 가서 제대로 일해보자는 생각으로 합류하게 됐다.”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비스테이지 팬덤 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확장 가능성이 눈에 띄었다. 팬덤 산업은 음원 시장으로만 한정해도 굉장히 큰 글로벌한 시장이다. 팬덤을 기반으로 전개할 수 있는 산업은 무궁무진하다. 사람들이 좋아해서 돈을 쓰는 모든 것, 엔터테인먼트라고 불리는 모든 종류의 IP 산업에 비마이프렌즈의 설루션이 적용 가능하다.”

-종류별 팬덤 플랫폼이 많다. 비마이프렌즈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비마이프렌즈는 유일한 ‘올인원’ 팬덤 비즈니스 플랫폼 빌더다. 비스테이지 하나로 라이브 방송, 커뮤니티, 커머스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사실 팬덤 비즈니스를 돕는 IT 설루션은 많다. 문제는 서비스들이 전부 파편화돼 있다는 것이다. 후원 플랫폼 따로, 동영상 라이브 플랫폼 따로, 커머스 플랫폼 따로다. 그러다 보니 창작자들은 플랫폼 종류별로 계정을 만들고 그들의 방식을 따르고, 고액의 수수료를 지불한다.

또 하나는 창작자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페이지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팬덤 비즈니스는 팬덤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비마이프렌즈는 비스테이지 안에서의 팬덤 활동 데이터를 창작자에게 귀속시키기 때문에 페이지 방문자 수를 비롯해 누가 나의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즐기는지, 콘텐츠 소비자가 어떤 굿즈(기념 상품)를 얼마나 사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창작자에게 제공되는 데이터는 알아보기 쉽게 가공돼 제공되고, 데이터의 의미를 이해해 팬과의 호흡을 늘릴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하고 있다. 창작자들이 비스테이지라는 도구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끔 기능들을 고도화하고 있다.”

-비마이프렌즈의 목표가 궁금하다.

“올해는 더 많은 창작자들이 비스테이지를 쓸 수 있도록 확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객사의 성공 사례가 충분히 나오는 시점은 올해 하반기로 보고 있다. 좀더 장기적으로는 고객사와의 상호작용을 활발히 하려 한다. 컨설팅을 하다 보면, 고객이 스스로 이 비즈니스를 재해석할 때가 있다. A라는 목표를 가지고 내놓은 설루션을 B, C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감을 받아 서비스를 발전시킬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런 선순환을 더 활발히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