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서자 시장에선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까지 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그룹이 KAI와 방산·우주산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KAI의 최대 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지분 26.41%를 갖고 있다. KAI가 1999년 삼성항공산업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3사의 항공 부문을 통합해 출범한 뒤, 수은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두 차례 현물출자를 받아 최대 주주에 올랐다. KAI의 전날 종가(4만8300원) 기준 수은의 지분가치는 1조2400억여원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수출입은행도 KAI 민영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선 인수 후보로 한화그룹을 점치고 있다. 한화그룹이 방위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재편에 나선 가운데 KAI의 완제기 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 10′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에 한화의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역시 이 같은 구상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KAI도 수출 성과를 올리고 있다. KAI는 올해 폴란드에 경공격기 FA-50 48대를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따냈다. KAI가 2011년 훈련기 T-50 수출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민간이 우주 산업을 이끄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점도 인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우주 사업 총괄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를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나섰는데, KAI는 위성 기술과 체계 총조립 기술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KAI까지 품으면 재계 순위도 달라진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올해 공정자산은 총 80조3880억원으로 7위다. 대우조선해양(11조4150억원)과 KAI(5조9390억원)을 더하면 6위인 포스코그룹(96조3490억원)을 웃돌게 된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8년에 보유하고 있던 KAI 지분 약 6%를 처분한 뒤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었던 만큼 다시 인수에 나설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그룹과 KAI 모두 인수설과 관련해 “논의되는 바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