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기술 이전 사업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관련 선정 절차가 막바지에 돌입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을 위한 현장 실사와 기업별 발표(PT) 등이 이번주 마무리된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 추진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항우연이 누리호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해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영 등을 모두 주도할 수 있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되면 공장에 나로우주센터 조립동과 유사한 가스공급 설비, 점검장비, 시험평가 장비 등을 구축하고 2025년과 2027년으로 예정된 누리호 6·7차 발사체를 직접 조립할 기회도 얻는다.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에 정부가 약 3037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어, 선정 시 기업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전망이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 모두 한번에 기술 이전 → 설비 구축 → 실증 기회까지 거머쥘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선정된 기업은 또 발사체 구성품 제작 참여기업에 대한 총괄 관리 역할도 한다. 앞서 누리호 1·2차 발사 과정에 참여해 협력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이지만 앞으로 상하 관계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선정 결과와 관계없이 두 회사 모두 앞으로 누리호 사업에 계속 참여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겠지만, 결국 한쪽이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승진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이달 취임한 강구영 KAI 사장 모두 사업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한화의 우주 사업을 주도해왔고, 강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우주 사업을 비롯한 신성장동력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선정은 기술능력평가(90%)와 입찰가격평가(10%)를 종합해 이뤄진다. 기술능력평가 지표는 크게 ▲과거실적 및 개발역량 ▲사업수행계획 ▲산업화 지원 및 발전전략으로 구성됐다.
KAI는 과거 실적 등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KAI는 20년 넘게 위성 개발 등 우주 사업을 진행해왔다. 누리호 개발모델, 인증모델, 비행모델의 체계 총조립을 맡았던 경험도 있다. KAI는 특히 고난도로 꼽히는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를 비롯해 4개의 엔진을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움직이게 하는 ‘클러스터링’ 장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차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해 한화(000880)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272210), 쎄트렉아이(099320) 등이 참여한 한화그룹 우주 사업 총괄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를 띄우고 발사체·위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탑재된 엔진 6개를 개발·조립하는 등 엔진 제작 기술도 갖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선정 과정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평가 결과 검토에 1주일 이상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이후 심의 절차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