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스폿(Spot·비정기 단기 운송 계약) 운임이 떨어지면서 HMM(011200)을 비롯한 전세계 해운사들의 주가가 한달새 20% 안팎 떨어졌다. 컨테이너선사들이 운임 방어를 위해 계선(idling·선박을 항만에 정박하는 것)을 늘리거나 감속 운항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주가는 지난 7일 1만9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달새 21.6%(5400원) 하락하면서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주가가 2만원 선을 밑돌았다. 주요 컨테이너선사들의 주가도 약세다. 덴마크 머스크(Maersk line)는 자사주 소각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한달 동안 주가가 21.3% 빠졌다. 같은 기간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와 대만 양밍해운의 주가도 각각 35.8%, 23.6% 내렸다.

부산 신항에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가 정박해 있다. /HMM 제공

컨테이너선 운임이 하락한 것이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일 기준 2847.62를 기록, 16개월여 만에 3000선을 밑돌았다.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여전히 운임이 2배 이상 높지만, ‘피크 아웃(Peak Out·정점 통과)’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 운임 하락에 대해 “물동량 성장세는 둔화하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정상적이었던 항만 상황은 회복세를 보이면서 컨테이너선 선복(적재능력)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로 건조한 컨테이너선들이 시장에 앞으로 크게 늘어난다는 점도 실적 전망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Clarkson research)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인도될 예정인 컨테이너선은 652만87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규모로, 현재 운항 중인 선박(2526만4800TEU)의 25.8%에 달한다.

이에 컨테이너선사들이 운임 하락폭이 커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임시결항(blank sailing)이나 계선 등을 통해 선복량을 조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세계 컨테이너선 가운데 운항하지 않는 선박의 비율(계선율)은 5%선(100만TEU)을 넘어섰다. 지난 3월보다 2%포인트(P) 가까이 늘었다.

과거에도 선복량을 조절해 운임 방어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컨테이너선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1월 5.4%였던 계선율을 같은해 6월 11%대까지 끌어올렸고, 이후 항만 적체와 맞물려 컨테이너선 운임이 급등했다. 2019년에도 9월 2.1%였던 계선율을 12월 6%까지 올렸고, 같은 기간 SCFI도 19.2% 상승했다.

감속 운항(slow steaming)도 늘어날 수 있다. 컨테이너를 나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수록 선복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 탄소집약도(CII) 등급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노후 선박은 운항 속도를 줄여야 한다. 컨테이너선사들은 2012년에도 IMO가 이듬해 EEDI(선박에너지효율설계지수) 규제를 도입한다는 점을 이유로 감속 운항을 진행했는데, 그해 SCFI는 전년보다 24.5% 높았다.

다만 미국 블랙프라이데이(11월 25일)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쇼핑 시즌으로 컨테이너선 시장이 성수기에 진입한 만큼 당장 공급량을 줄이기보다 눈치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HMM의 경우 현재 보유 컨테이너선을 모두 운항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여전히 컨테이너선 운임이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2배 이상 높아 당장 선복량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며 “유럽 주요 항만에서 파업 문제가 불거지는 등 불확실성도 커 시장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