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서거 24주기를 맞이해 최 선대회장이 뿌리내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 선대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한 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디지털 방식의 휴대전화 기술인 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인물이다.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으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조림과 인재양성에 집중하며 ESG 경영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2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에 참석, SKMS를 주제로 특강을 펼치고 있다./SK그룹 제공

최 선대회장은 일찌감치 산림과 인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숲과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설립한 뒤 천안 광덕산,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을 사들여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최 선대회장이 조성한 숲은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에 달한다.

최 선대회장은 나무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장학금에 사용, 지속가능한 장학사업을 하기로 했다. 다만 나무를 키워 현금화하는데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 선대회장은 우선 사재 5540만원을 출연해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현재까지 장학생 4000여명과 박사 820여명을 배출했다. 장학퀴즈 역시 2300여회가 방영된 현재까지 50년가량 후원하고 있다.

최 선대회장은 국내 최초로 체계화된 경영시스템을 도입,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했다. 그는  기업이 대형화·세계화되고 사회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SK의 경영철학과 목표, 경영방법론을 통일되게 정의하고 업무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도록 1979년 SK경영관리시스템(SKMS)을 정립했다. SKMS는 경영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맞춰 2020년 2월까지 14차례 개정을 거쳤다.

최 선대회장은 장묘문화 개선에도 힘썼다. 평소 무덤으로 좁은 국토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했던 그는 1998년 8월 타계하면서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 SK가 장례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이에 SK는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에 장례시설인 ‘은하수 공원’을 조성해 기부했다.

아들인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 유지를 이어받아 탄소감축 경영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며 ESG 경영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고 있다.

SK 관계자는 “선대회장은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산림과 인재를 육성해 사회와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더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