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배경을 두고 원전 업계와 전문가들은 세계 최저 수준의 건설 단가와 아랍에미리트(UAE) 사막에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경험을 원인으로 꼽았다.

26일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1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국가 차원에서 ‘원전 굴기’를 추진하는 중국은 건설 단가가 1㎾당 4174달러로, 한국이 16.9% 저렴하다. 사우디 원전 수주를 두고 경쟁하는 러시아(6250달러)와 비교해도 42.9% 낮은 수준이며 미국(5833달러), 프랑스(7931달러)보다는 크게 낮다.

한국이 수출한 UAE 바라카 원전 2호기 모습. /한국전력 제공.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가 세계 최저 수준인 이유는 40여년에 걸쳐 축적한 원전 건설・운영 경험 덕분이다. 95%에 달하는 부품 국산화율과 탄탄한 기자재 공급망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여기에 2017년 11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하고 2019년 8월에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취득하는 등 안전성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정해진 공기(공사기한)를 제대로 준수하는 점도 한국 원전 산업의 강점으로 꼽힌다. 프랑스 원전기업 아레바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의 준공 시점을 13년이나 못 지켰고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자국 내 보글 원전의 건설을 6년이나 지연시킨 전례가 있다. 반면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을 적기에 준공했다. 윤병조 부산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해외 다른 나라는 원전 상세 설계 능력과 부품 조달 능력이 부족한 탓에 공기를 못 지키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가 낮은 이유도 공기를 최소화해 금융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UAE 사막에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경험도 이번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작은 먼지 하나도 원전에 치명적인데, 중동 사막의 모래폭풍 속에서 원전을 지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발주사인) 러시아도 사막에 원전을 지은 경험이 전무하니 원전 파트너로 한국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UAE 원전 건설 당시 한국은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현장에 초대형 텐트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장의 모래가 염분이 높은 탓에 500㎞ 떨어진 지역에서 모래와 자갈을 공수해 온 뒤 얼음으로 식혀가며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이뤄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번 이집트 원전 수주는 UAE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것에 대한 기술적인 보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힘 입어 체코와 폴란드에서도 원전 수출의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탈원전으로 일감이 끊긴 국내 원전 업계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22일 취임한 황주호 신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원전 수출 10기를 목표로 제시하며 “원전 강국의 새 역사 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