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011790)가 지난 4월 중간 지주사로 전환한 후 모태 사업을 매각하고 자회사 합병을 추진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 재편이 마무리되면 SKC는 반도체 및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SKC는 반도체 소재 자회사인 SKC솔믹스와 반도체 시험 장치 등을 생산하는 SK텔레시스 합병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C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합병 완료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SK텔레시스의 자본잠식 문제가 자산 매각으로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합병 작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SK텔레시스는 지난해 8월 팬택C&I에 통신장비 사업체인 SKC인프라서비스를 789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6월에는 판교연구소를 820억원에 처분하면서 누적된 적자를 해소했다. SK텔레시스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38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SKC 제공

SKC솔믹스 역시 2016년 태양광 사업을 중단하고 반도체 소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SKC는 2020년 SKC솔믹스를 100% 자회사로 전환하고, SKC 내의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을 SKC솔믹스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였다. SK텔레시스도 반도체로 주력 사업을 전환한 만큼 SKC솔믹스와의 합병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비주력 사업 매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SKC는 필름 사업을 영위하는 인더스트리 소재 사업부와 필름 가공 자회사 SKC하이테크앤마케팅, 해외 사업장 등을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 9월 임시주주총회, 11월 물적분할 이후 기업결합 신고, 사업 인허가·계약종료 등의 일정으로 매각을 진행한다.

필름 사업은 SKC의 모태 사업이다. SKC는 1977년 PET 필름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1980년 내놓은 컬러비디오테이프로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모태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등 미래 성장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필름 사업부 매각과 SKC솔믹스-SK텔레시스 합병이 마무리되면 SKC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배터리 소재 부문(SK넥실리스)과 반도체 소재 부문(SKC솔믹스)으로 나뉘게 된다. 여기에 영국 음극재 기업 넥시온과 합작사를 통해 음극재 생산도 진행하고 있다. 음극재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배터리·반도체 소재 사업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 화학부문인 SK피아이씨글로벌의 경우 쿠웨이트 PIC(Petrochemical Industries Company)와 합작사이고 최근 영업이익률도 떨어지는 추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의 경우 지난해 흑자 전환하면서 궤도에 올랐고 동박은 주력 사업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며 "반도체 글라스 기판, 동박, 실리콘 음극재 등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필름 사업부 매각 대금으로 신사업에 구체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