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 연휴에 의료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에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같은 해 아주대병원에 도입된 닥터헬기 2대의 바닥과 꼬리 양옆에 ‘아틀라스’라는 콜사인(호출부호)이 새겨진 배경이다. 그리스 신화 속 지구를 떠받치는 거인 아틀라스에 비유하며 고인의 헌신과 업적을 기리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닥터헬기 2대의 콜사인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 헬기를 보유한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닥터헬기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헬기 매각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닥터헬기의 주인이 바뀌고, 헬기가 다른 용도로 개조되면 아틀라스라는 콜사인도 사라질 수 있다.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과 닥터헬기. /조선DB 및 국토부 제공

19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최근 2대의 닥터헬기(H225)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매각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매각 예정 비유동자산으로 90억원을 산정해둔 상태다. KAI 관계자는 “닥터헬기 사업 철수에 대한 후속 조치로 닥터헬기도 매각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외 업체가 헬기 매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물로 나온 닥터헬기는 ‘아틀라스’라는 콜사인을 갖고 있다. 콜사인은 관제 당국과의 교신 과정에서 쓰는 헬기의 고유한 무선 호출 부호다. KAI는 2019년 5월 경기도와 ‘응급의료 전용헬기 도입·운영사업’을 체결하면서 중고로 사들인 헬기 2대를 닥터헬기로 개조했는데, 이때 ‘ATLAS 001′과 ‘ATLAS 002′라는 문구를 각각 새겨 넣었다. 윤한덕 센터장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닥터헬기 내부엔 윤 센터장의 사진도 붙였다.

(왼쪽부터)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와 김경수 당시 경남도지사, 김조원 당시 KAI 사장이 2019년 7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닥터헬기 도장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KAI 제공

닥터헬기 아틀라스는 2년밖에 날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헬기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막대한 인건비와 헬기 부품 유지 비용으로 KAI의 닥터헬기 사업은 수익성이 없었다. 매년 경기도와 보건복지부가 70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는데도, 연간 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KAI는 지난해까지만 닥터헬기를 운용했고, 지금은 사천공항에 보관 중이다.

KAI가 닥터헬기 사업에서 철수한 뒤 아주대병원은 ‘유아이헬리제트’란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곳에서 운용하는 닥터헬기(AW169)를 의료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아틀라스라는 콜사인을 이어받아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는 게 아주대병원과 유아이헬리제트의 설명이다.

KAI의 헬기 매각이 완료되면 아틀라스라는 콜사인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헬기 매수자가 닥터헬기로 쓰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H225는 한꺼번에 21명이 탈 수 있는 대형 헬기로 주로 소방용 또는 수송용으로 많이 쓰인다. 민간 헬기업체 관계자는 “통상 헬기의 주인과 용도가 바뀌면 콜사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